2014년 2월 26일 수요일

경향 [사설]러시아,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지지해야

다수의 우크라이나인은 민주주의, 그리고 유럽에 속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게 바로 우크라이나 시민이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유이다. 그러나 시민혁명 이후 항상 좋은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혁명 이후 반동의 역풍이 불거나 또 다른 폭력이 발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유럽의 사회주의 정권이 시민 저항으로 무너진 뒤 민족단위 분열을 거듭하다 결국 인종청소라는 참상을 겪은 바도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과도정부가 들어선 뒤 벌써 러시아계가 거주하는 동부와 크림 자치공화국의 분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계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계는 러시아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기보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함께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지역적, 인종적, 언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존을 가능케 하는 정치제도이다. 우크라이나를 두 쪽으로 분리하면 러시아계의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분열을 부추기는 러시아 정부의 행태가 걱정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무장 반란의 결과”라며 과도정부를 부정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계와 다른 소수민족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러시아 의회 대표는 크림 자치공화국의 수도 심페로폴을 방문, “러시아가 크림을 합병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민주화된 우크라이나를 거부해서는 안된다. 야누코비치 퇴진은 다수 시민의 정당한 저항권의 결실이었다.

러시아는 그동안 시리아 정부와 같이 시민을 유혈적으로 탄압하는 독재정권을 비호함으로써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데 앞장서왔다. 이번에 또 분리주의를 조장하고 반인권적인 야누코비치 세력을 옹호하며 민주주의를 향해 행진하는 우크라이나의 앞길을 가로막을까 우려된다. 경제지원 중단이나 무력개입 등 러시아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우크라이나 운명을 통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불행에 빠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하나가 된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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