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21일에는 야권과 정부 간에 대선 조기 실시 등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야권이 대통령의 즉각 퇴임을 요구하면서 합의는 하루 만에 백지상태로 돌아갔다. 시위대는 수도 키예프의 주요 정부 시설을 장악했고, 급기야 야누코비치는 대통령궁을 떠나 동부 러시아 접경으로 피신했다. 야권에선 2004년 민주 시민혁명(오렌지 혁명)의 주역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가 풀려나자마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부와 야권의 극적 반전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혼란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최악의 경우 내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점이다. 현재 친유럽과 친러시아 세력에 의한 2개의 권력이 양립하고 있는 데다 동부와 서부가 언어와 종교의 차이로 사실상 분단돼 있기 때문이다. 서구 언론에서 우크라이나가 자칫 옛 유고 연방처럼 분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의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선 서유럽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가장 큰 변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 올림픽 이후 어떻게 나올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생명줄이다. 최대 에너지 공급국이고, 15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관련 당사국은 자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의 혼란에 빠지지 않고 민의에 바탕을 둔 민주정부를 세울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