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PM10)가 일주일째 서울을 비롯한 전국을 뒤덮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쁨’(121~200㎛/㎥)과 ‘약간 나쁨’(80~120㎛/㎥) 단계가 지속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매우 나쁨’(201㎛/㎥ 이상) 수준까지 넘나들었다. 시정 불량으로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는가 하면 기관지나 호흡기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는 등 국민 생활에 큰 불편과 고통이 따랐다.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사흘째 이어지자 서울시는 이를 ‘재해’로 간주하고 분진 흡입과 물청소, 관용차 운행 전면 중단 등의 비상 대책을 가동하기까지 했다.
안타까운 것은 ‘미세먼지 재해’를 예방할 방법도 극복할 방안도 현재로서는 마뜩잖은 현실이다. 흔히 ‘중국발 미세먼지’라며 중국의 석탄 난방을 한반도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지만 중국 관계 당국은 “명확히 규명된 연구 결과가 없다”며 이를 100%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세먼지의 신체 영향도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 원인 물질이나 독성 등은 아직 제대로 규명된 바 없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미세먼지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보 등급에 따라 외출 자제나 황사 마스크 착용 따위를 권고하는 게 대책의 전부인 셈이다. 그나마 예보조차 아직 걸음마 단계로 적중률이 33.3%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황사·스모그와 함께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질 게 분명하다. 중국 탓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중국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중동부 지역에 발생한 스모그는 우리보다 훨씬 심각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5일 베이징시를 시찰해 PM2.5의 통제 강화를 직접 지시했을 정도다. 미세먼지 대책은 국경을 초월한 문제인 만큼 환경부나 서울시로서는 한계가 있다. 우리도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과 의지를 갖고 대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관측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가 지속되는 동안 정부는 뭘 했는지 궁금하다. 정확도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보를 내놓다가 어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중국과 미세먼지 예보 모델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정도가 아닌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국가적 차원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사안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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