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그간 전세 위주의 전·월세 대책에서 벗어나 월세 가구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저금리 기조 탓에 전세 물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대신 월세가 느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정책도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서민 주거난의 핵심인 전세대책이 빠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자칫 잇단 정책 실패로 정부가 전세대책을 아예 포기한 것이라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이번 대책은 월세 가구의 부담을 덜기 위한 소득공제 확대가 핵심이다. 공제 대상과 한도를 늘려 월 50만원 월세 세입자는 소득공제 액수가 60만원으로 지금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다. 고소득 임대사업자의 세원 노출을 통해 탈세를 막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민간 자금을 끌어들여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대책도 포함됐다.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된 월세 거주자의 지원 대책은 필요하다. 70%에 달했던 아파트 전세 물량은 최근 월세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서 전세 해법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기존 전세 지원책도 줄이는 마당이다. 싼 이자로 빌려주는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은 보증금 액수에 관계없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보증금 3억원 이하의 주택만 대상이다. 시중 은행에서 싼 이자로 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 보증도 보증금 4억원 이하로 제한된다. 전세시장은 그야말로 통제불능 상태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78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혜택마저 줄이는 게 올바른 대책인지 묻고 싶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이번이 5번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1년간 아파트 전셋값은 7.1%나 올라 물가상승률을 압도했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 전세난은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는 안이한 발상이 부른 결과다. 서민들은 전세자금 부담에 등골이 휠 지경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임대주택 공급을 책임진 토지주택공사는 공기업 개혁 바람에 제 코가 석자다. 이참에 외국에도 없는 전세 대신 월세로 방향 전환을 하자는 발상이라면 큰 문제다. 전·월세 문제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푸는 것 외에 달리 왕도가 없다. 부동산 거품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요원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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