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는 26일 법안 심사 소위를 열어 지상파 방송사, 종합편성 채널, 보도 전문 채널에 편성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개정안은 공영방송 민영방송 가리지 않고 '사(使) 측과 종사자 측이 동수(同數)로 참여하는 편성위원회'를 구성해 편성 규약을 만들게 했다.
편성(編成)은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내용과 분량으로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송사 운영의 핵심이다. 신문의 편집권처럼 방송 사업자의 편성권이 보장돼야 방송의 자율성도 이룰 수 있다. 방송법 4조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보장'을 명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노조 주장을 받아들여 개정한 4조 4항조차 편성권이 사업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업자가 취재·제작 종사자 의견을 들어 편성 규약을 제정'하게 하면서도 방법과 절차는 사업자에게 맡겼다.
그러나 국회 방송법 개정안은 편성위원회라는 기구의 설치부터 구성 방식, 규약 내용까지 일일이 강제하고 있다.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 노조가 편성위 절반을 차지하면 제작 방향부터 특정 프로그램 방영 여부까지 쥐고 흔들 길이 열린다. 경영권과 인사권에 끼어들면서 조직이 마비될 수도 있다. 방송이 이념을 앞세운 노조에 휘둘리면 어떻게 되는지 국민은 공영방송들에서 질리도록 봤다. 오죽하면 '노영(勞營) 방송'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야당은 당초 KBS 사장 인사청문회와 공영방송 공정성 강화 방안을 주로 요구했다. 노사 동수 편성위도 공영방송에만 해당했다. 그러던 야당이 다른 주장을 접는 대신 편성위를 민간방송으로 확대하는 타협안을 내자 여당이 받아들였다. 위헌(違憲) 얘기가 나오자 여당 측은 "개정 방송법을 헌법재판소로 보내면 된다"는 무책임한 변명을 했다. 방송의 생명인 편성권을 정치적 거래 대상쯤으로 여긴 여당이 아니었으면 나오지 못했을 악법(惡法)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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