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이 22일 마무리되고, 어제부터 2차 상봉이 시작됐다. 각각 2박3일의 1·2차 상봉에서는 남측 이산가족 82명과 북측 88명이 오매불망 그리던 아버지와 어머니, 딸과 아들, 형제와 자매를 만났다. 서로를 껴안고 주름살이 깊게 팬 얼굴을 비벼대며 눈물을 쏟는 호곡의 상봉은 분단의 비극을 현재형으로 참혹하게 증언한다. 반세기 넘게 단장의 세월을 보내온 이산가족들은 단 11시간의 만남 시간을 가진 뒤 잔인한 이별을 고했다. 상봉 행사를 마치고 떠나는 남측 가족들은 버스 창에 기대어 망연히 눈물만 흘리고, 남은 북측 가족들은 속절없이 손을 흔드는 모습은 무참했다. 하물며 이를 지켜봤을, 상봉의 기회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수만 이산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산가족들은 실로 시간과의 처연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상봉을 신청한 12만9287명 중에서 5만7784명이 세상을 떴다. 지난해에만 3841명이 운명했다. 생존자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이 80%를 넘는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서 부부와 부모·자식 간 만남은 13건에 불과하다. 고령 이산가족의 사망이 늘면서 벌어진 결과다. 실제 지난해 추석을 즈음해 추진됐을 당시 상봉 대상자로 선정된 이들 중 15명은 사망하거나 건강상 이유로 이번 상봉을 포기했다. 만일 지난해 상봉 행사가 성사됐더라면, 이들은 꿈에 그리던 혈육을 만나보고 눈을 감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산가족 문제의 절박함과 긴박성을 웅변한다.
전쟁과 이념의 폭력으로 혈육과 생이별, 분단의 고통을 최전선에서 껴안고 살아온 이산가족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특단의 대책,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는 때다. 이번과 같은 규모와 형태로 매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남측의 이산가족들이 모두 만남의 기회를 가지려면 100년 정도가 걸릴 판이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통해 상봉 횟수를 늘리고, 상봉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 생사 확인과 서신 왕래 등은 남북의 의지에 따라서는 빠른 시행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초고령 이산가족들이 생전에 혈육을 만날 수 있도록 특별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가장 시급한 인도적 사안이다. 그간 이산가족 문제가 지지부진한 것은 남북의 정부가 끊임없이 정치·군사적 사안과 연계한 이유가 컸다. 북한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를 철저히 인도적 관점에서 접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체제 불안감을 가진 북한에 무조건 상봉 정례화를 촉구하는 건 해법이 될 수 없다. 쌀과 비료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대폭 늘리는 등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에서 전향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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