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가계부채 규모가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가부채에 이어 공기업 부채도 이미 500조원을 넘어 그야말로 부채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부나 가계 할 것 없이 이렇게 빚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아도 되는지 걱정이다. 가계 빚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진 데는 정부 잘못도 크다. 눈덩이 가계부채는 계속 방치할 경우 소비시장 위축은 물론 금융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가계 빚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가계부채는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모두 심각한 상황이다. 우선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2004년 말 494조원이던 부채 규모는 9년 만에 2배로 늘었다. 빚이 줄기는커녕 작년 한 해 새로 늘어난 빚만 57조원에 이른다. 또 작년 4분기엔 정부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27조원의 대출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 빚 가운데 부동산 담보대출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빚 갚을 능력도 문제다. 지난해 9월 말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9.2%로 해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빚 갚는 데 169원이 필요하지만 정작 쓸 돈은 100원뿐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115% 남짓한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빚 가운데 은행권 대출 비중은 작년 말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취약계층이 제2금융권의 고금리 상품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또 자영업자 빚 가운데 잠재 부실 규모만 6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가계부채의 질도 그만큼 나빠지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는 경기침체 속에 생활고를 겪는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지만 정부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빚 내줄 테니 집 사라’고 부추긴 게 누구인가. 빚 부담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불이나 지르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가뜩이나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으로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다. 영세 자영업자나 서민들이 과도한 상환 부담에 내몰리지 않도록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직결된 문제다. 부동산 거래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담보대출은 마땅한 해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거래 활성화를 앞세운 부동산 거품 조장은 가계부채 해소에 독이 될 뿐이다. 정부가 담보대출 조건 완화를 검토 중이라는 걸 보면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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