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0일 목요일

중앙_[사설] '공존의 정치' 기대감 높인 청와대 회동

어제 청와대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은 정치를 걱정하는 국민의 마음을 모처럼 편안하게 해 줬다. 대화와 공존의 정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의제 제한 없이 야당의 생각과 요구를 합리적으로 잘 전달했으며 박 대통령은 마음을 열어 모든 얘기를 경청하고 성의껏 응대했다.

 다수 국민의 스트레스였던 박 대통령의 인사 문제에 대해 박 원내대표가 김명수 교육부·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두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자 박 대통령은 “잘 알겠다. 참고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원내대표가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을 비판하자 박 대통령은 사정을 설명하며 이해를 당부했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긴 하지만 가장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는 제1야당 원내대표와 눈을 맞추며 성실하게 설명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박 대통령은 일부 인사의 임명 재고를 요청하는 야당 대표의 요청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정치 복원의 분위기를 확산시키길 바란다.

 대통령이 관피아(관료 마피아) 혁파 등을 위해 정치권에 요청했던 정부조직법·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처벌)에 대해선 박 원내대표가 공론의 장을 마련해 8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야 여야가 협의하겠지만 처리 시기를 못 박음으로써 박 대통령의 국가개조 스케줄이 그만큼 투명해진 것이다. 인사와 법안 처리 문제에서 박 대통령과 박 원내대표가 서로 주고받는 듯한 모양새는 합의정치의 원형질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정치는 두 개의 진영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고,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한쪽의 일방 독주로는 어떤 법안도 처리되지 못하는 만큼 좋건 싫건 합의형 정치가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의 비전과 국민적 호소 역시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치구조가 이렇게 변하면서 야당 역시 비판과 견제만을 능사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야당은 엄연히 책임 있는 국정운영의 한 축이 되었으며, 국정이 파탄 나면 그 책임도 함께 나눠 져야 한다.

 이날 회동에서 남북관계, 4대 강 국정조사, 부자감세, 경제민주화 같은 양쪽의 철학과 가치관이 크게 다른 문제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서로 동의할 수 없다 해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 합의형 정치에선 합의할 수 없는 것에 합의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모임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 지도자와 정례적 만남을 갖는 건 이례적이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야당이 괜한 선명성 문제 때문에 거부해선 안 될 것이다. 청와대의 일방적 통보로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앞으로 여야가 먼저 합의해 대통령과 회동을 주도하는 형식이 되면 더 좋을 것이다.

중앙_[사설] 국민 상식 무시한 야당의 권은희 '보상공천'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광주 광산을 재·보선 후보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천한 것은 최악의 캐스팅이다. 여당은 ‘부당거래’ ‘보상공천’이라며 비난하고 있고 야당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다.

 우선 권 전 과장은 2012년 대선 정국을 흔들었던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의 수사 책임자다. 이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를 확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까지 기소됐지만 아직 1심 선고도 끝나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는데 수사 관계자가 사건의 한쪽 축인 야당의 텃밭에 공천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권 전 과장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의 외압 의혹을 제기해 정국을 다시 한번 격랑으로 몰고 간 인물이다. 김 전 청장은 이로 인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1,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법원은 김 전 청장이 수사 결과를 축소하려고 압력을 넣었다는 권 전 과장의 주장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자신을 양심적인 공익제보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법원 판결문 내용을 보면 오히려 사실을 왜곡·과장한 것에 가깝다. 확정 판결이 남아있지만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권 전 과정의 출마로 폭로의 진정성마저 훼손될 것이다.

 권 전 과장은 9년 동안 몸담았던 경찰 조직에도 상처를 남겼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놓고 경찰 내에서 ‘편 가르기’나 ‘줄 대기’ 현상이 더 노골화될지 모른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정치권 한편에선 경찰 수사의 신뢰성을 의심할 것이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의 지적처럼 특정 정파에 줄을 대면 나중에 당에서 국회의원을 시켜준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사회 혼란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공무원도 사직 후 얼마든지 정치를 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권 전 과장의 경우 시기와 과정이 모두 부적절하다. 만약 그가 당선돼 법사위원이라도 된다면 법원에 계류 중인 자신 관련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10일 전만 해도 출마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갑자기 깜짝 공천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권 전 과장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의 상식을 무시하는 오만한 행태다.

중앙_[사설] 병원수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자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왕립 셰이크 할리파 전문병원을 5년간 위탁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한국의료산업의 본격 해외진출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의료기술·의료진·정보시스템 등 병원운영 체계 전반을 해외 3차병원에 이식하는 국내 최초의 ‘병원 수출’이다. 2015년 개원 이후 5년간 약 1조원의 운영예산을 지원받아 수수료를 얻는 것은 물론 전체인원 1420명의 약 20%를 국내에서 보내 운영수익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이루게 됐다는 사실에도 눈길이 간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 환자를 국내에 유치하는 ‘인바운드’ 의료관광의 진흥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이번 병원 수출을 계기로 무게 중심을 ‘아웃바운드’, 즉 의료산업의 해외 진출 쪽으로 옮기는 정책적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은 인구 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성인병 확산, 복지 요구 증가 등으로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인력을 이 지역에 대대적으로 수출해 서로 윈-윈(win-win)할 조건이 무르익고 있는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한국의 의료·병원운영 시스템을 일부 도입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병원뿐 아니라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의과대학·치과대학·간호대학 등에 대한 현지 수요도 늘고 있다. 앞으로 대학과 종합병원을 패키지로 연결한 대규모 의료플랜트를 현지에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의료 수출은 설계와 파이낸싱, 건설과 운영을 결합한 고부가 융복합형 산업이다. 잘만 키우면 한국의 차세대를 책임질 미래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교육계는 인력양성 등 의료산업 국제화를 위한 중장기전략을 세우고 이를 지원할 범정부 지원부서와 민관 상설협력기구를 설치해 더욱 효율적인 해외진출을 꾀해야 한다. 이번 수주는 정부가 현지 파병, 국가원수 방문 등을 통해 UAE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데 따른 성과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문화적·인적 교류 확대를 비롯한 대중동 외교 활동을 전략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향_[사설]합의 없어도 의미 있는 대화 정치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여야 원내지도부와 처음으로 만났다. 3자가 논의한 것은 2기 내각을 이끌 인물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 8월 국회 입법 과제, 대북 제재 조치인 5·24 조치 해제 문제 등 이견이 있는 현안들이다. 그 때문인지 문서화하거나 명시적으로 공표할 만한 합의는 없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이번 만남을 평가절하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국정 과제를 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평가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회동하면 반드시 합의문을 작성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그런 전제가 있으면 만남 자체를 꺼리게 되고 대화도 어려워진다. 합의 부담 때문에 만나지 않는 것보다 합의가 없더라도 자주 만나는 것이 낫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을 주목하고 싶다. 2기 내각 출범을 앞두고 대화정치에 시동을 거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2기 내각은 소통 거부, 국정 독주, 일방통행으로 요약되는 1기 내각에 대한 뼈아픈 성찰의 토대 위에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검증한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면 1기 내각의 징후가 발견된다. 2기 내각의 성공을 바란다면 이런 징후를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김명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명을 철회해 달라는 박영선 야당의 요청을 무시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참고하겠다”고 응답한 박 대통령의 후속 조치에 기대를 걸어본다. 어느 것이 국정 불안을 차단하고 2기 내각도 원만하게 출범하는 길인지 고민해 보기 바란다. 

박 원내대표의 제안에 답을 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도 조만간 만나야 한다. 견제와 비판은 건강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뿐 아니라, 기존에 드러났던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것은 협력과 대화의 정치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수도 있다. 만나서 합의를 하지 않더라도 야당으로부터 들은 의견을 국정에 반영하는 노력을 한다면 그게 왜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그런 자세여야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자제하고, 견제하면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박 원내대표가 스카프를, 박 대통령이 시계를 선물하며 서로 작은 성의를 표했다. 자주 만나자는 의사표현이었으면 한다. 대통령이 야당을 자주 만나게 되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야당은 어떤 의견일까’하고 한번쯤 더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그 정도만 된다 해도 1기 내각의 실패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더 많은 ‘야당 생각’을 권한다.

경향_[사설]KBS 사장 후보, ‘최악’ ‘절대불가’ 면했다지만

KBS 이사회가 청와대 보도 외압 논란 등으로 해임된 길환영 전 KBS 사장의 후임으로 조대현 전 KBS 미디어 사장을 뽑았다. ‘최선’과 ‘차선’을 찾기 어려웠던 이사회가 ‘최악’을 피해 ‘차악’이라도 선택한 셈이다. 이사회는 어제 6명의 후보를 잇따라 면접하고 표결을 통해 그를 최종 후보로 결정한 뒤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제청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KBS의 양대 노조는 보도본부장 시절 편파보도 논란으로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고 물러난 고대영 후보와, 방통위 상임위원으로서 통신재벌과 종편의 편에 섰다는 홍성규 후보 두 사람을 ‘절대 불가’로 지목하면서 ‘파업 재돌입’을 경고해왔다. 따라서 이사회가 조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당장의 파국은 면했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 역시 과거 김인규 사장 시절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정권 홍보 방송을 주도한 경력 등으로 ‘부적격자’란 평가를 받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하겠다. 

조 후보는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시민사회의 분노와 질타, 노조의 파업, 전임 사장의 불명예스러운 중도 하차로 이어진 KBS 사태가 바로 이 대목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KBS는 공영방송의 본분을 지키기는커녕 보도제작과 인사까지도 청와대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행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영방송(청와대가 운영하는 방송)’이라는 신조어는 바로 이러한 부조리한 현실을 상징한다. 따라서 조 후보는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뒤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만일 조 후보가 자신에게 부여된 중대한 책무를 망각한 채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거나, 임명권자인 청와대의 눈치만 보면서 ‘청영방송 여의도 출장소장’의 직책에 안주하려 한다면 재앙적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린 경영진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상식 이하의 보복인사를 당한 구성원들을 전원 원상회복하는 등 내부의 갈등을 슬기롭게 해소하는 것도 조 후보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하겠다. 부당하게 이뤄진 인사를 바로잡지 않고서 공영방송을 운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 후보가 ‘부적격자’의 꼬리표를 떼고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능력과 책임감을 보여줄 것인지, 반대로 ‘최악’과 ‘절대 불가’를 향해 달려갈 것인지 주의 깊게 지켜보려 한다.

경향_[사설]가로림만 조력발전 백지화하라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에 대해 해양수산부도 재검토 의견을 환경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해양 환경 등 주요 평가사항에 대한 현황조사나 영향 예측, 경제성 분석 등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4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국립생물자원관이 불가·재검토 의견을 냈고 충남도와 서산시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도 부정적 검토 의견을 환경부에 제출한 바 있다. 여기에 해수부까지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니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은 정부 안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해수부의 ‘환경영향평가서(본안) 검토의견’을 보면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은 잃을 게 훨씬 많다. 우선 1743㏊에 이르는 어장 대부분이 폐업하게 되고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양호한 해역의 갯벌이 여의도 4배만큼 훼손된다는 것이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사업자가 제시한 비용편익분석(B/C)값인 1.489에 크게 못미치는 0.82에 불과하다는 게 해수부의 계산이다. 이는 사업자가 가로림만의 환경 가치를 경제성 평가에서 누락해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해수부는 가로림만의 가치가 연간 1007억원(2007년 12월 기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충남 태안군 이원면과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사이에 2㎞ 바다를 댐으로 막아 26㎿짜리 조력발전기 20대를 설치하는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은 10여년 논란과 표류를 거듭해왔다. 정부 허가와 주민·환경단체의 반대 등으로 여러 차례 난항을 겪었고 2007년 1조22억원으로 추산됐던 공사비가 7년 사이에 1조8000억원대로 불어나는 등 사업성도 애매해졌다. 환경영향평가서도 수차례 반려와 보완, 재보완을 반복했다. 점박이물범 등 멸종위기 3개종에 대한 현황 조사 및 보존 대책, 해수교환율 감소 등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 주민 갈등 해소 방안 등 중요한 현안을 지금껏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주민과 환경단체는 물론 국책연구기관과 지자체, 해수부까지 반대하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서 ‘반려’와 ‘보완’ 요구로 애매하게 시간을 끌 게 아니라 ‘부동의’를 통해 백지화하는 게 떳떳하다. 국내 갯벌 가운데 환경 가치 1위로 평가된 가로림만의 환경 가치 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환경부를 보고 싶다. 가로림만은 ‘바다의 4대강’이 될 수 없다.

조선_[사설] 대통령·與野 "계속 만나자" 합의, 이번엔 지킬 수 있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10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가 얼굴을 맞댄 것은 작년 9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사회부총리 후보자와 문화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라고 요청하자 박 대통령은 "참고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수습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고 야당은 "8월 국회까지는 모두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회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했고 야당 측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과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 간의 만남이 시종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져 아무 합의도 내놓지 못하고 정국을 더 악화시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야가 밝힌 회담 내용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건 박 대통령이 먼저 여야 원내 지도부와의 정례(定例) 회동을 제안한 것이다. 야당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재임 1년 반 동안 야당 지도부와 만난 게 이번을 포함해 두 번밖에 되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 같은 국가적 재난 사태가 일어나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초당적 수습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상황에서도 야당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 야당이 '불통(不通) 청와대' '정치를 포기한 게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낼 만했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먼저 야당 지도부에 정기적으로 만나자고 제안한 것은 분명 눈에 띄는 변화다. 박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는 것이 정치를 복원시키는 첫걸음이다.

야당 일각에선 회담 결과를 두고 "재·보선 직전에는 대화가 아니라 정권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비판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치의 절반의 책임은 야당에 있다. 정치가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야당도 대여(對與) 대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 안팎에 부정적 의견이 있는 줄 알지만 대한민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여야와 청와대가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자주 만들어지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일"이라고 한 것은 다수 국민의 기대와 바람을 정확히 읽은 것이다.

박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가 이날 웃으면서 만나 웃으며 헤어졌지만 국민은 이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다. "계속 만나자"는 합의가 지켜질 수 있을지 의심하는 눈길도 적지 않다. 정치권이 당장의 궁박(窮迫)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해 회담에선 그럴듯한 합의문을 만들고서도 곧바로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야는 이날 서로에게 약속한 사항들부터 차질 없이 실행에 옮김으로써 국정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번 회담마저 일과성(一過性) 정치쇼로 끝나고 만다면 청와대와 여야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공멸(共滅)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선_[사설] 이번엔 효성 '형제의 亂', 反기업 부추기는 재벌家 분쟁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 2곳에서 벌어진 회사 돈 횡령 혐의 등을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고발했다. 조현문씨는 효성그룹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이 회사들의 명목상 대표를 고발했지만, 실제 내용은 형과 동생의 배임·횡령 혐의를 밝혀 처벌해 달라는 것이다. 조현문씨는 아버지 조 회장은 물론 형·동생과 갈등을 빚다가 작년에 보유 지분(持分)을 매각하면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동안 재벌가 사람들이 경영권이나 상속 재산 문제로 다투다 검찰·법원에 몰려가 보기 민망한 싸움을 벌이는 일이 많았다.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와 이건희 삼성 회장이 험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상속 재산 소송을 벌였다. 검찰 수사를 받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형인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을 '수사를 불러온 배후'로 지목하며 갈라섰다. 두산그룹에선 2005년 박용오 전 회장이 동생인 박용성 회장의 취임에 반발해 투서를 넣으면서 두 사람 다 처벌받았다. 현대·한진·롯데·한화·동아건설에서도 오너 형제들끼리 이른바 '형제의 난(亂)'을 벌였다.

재벌가 분쟁은 우리의 전근대적인 상속 제도와 함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세계 500대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가족 기업이지만 우리 재벌처럼 아들·딸·사위·손자·손녀에 이르기까지 오너 일가가 총출동해 기업에서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은 5대(代)를 내려오면서 철저한 능력 검증을 거쳐 오너 가문에서 2명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 가족 기업들도 오너 일가는 지분에 따른 배당만 받는 곳이 많다.

지금은 기업들이 꺼져가는 경제의 성장 엔진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모자랄 때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가 형제들끼리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 국민들 사이에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러다간 언제 무슨 역풍(逆風)을 맞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재벌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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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총장 선출 둘러싼 서울대 분란, 부끄럽지 않은가

서울대 교수협의회, 교수평의원회 등이 서울대 이사회의 신임 총장 선출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총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총장 후보 3명 가운데 1순위로 추천된 오세정 교수 대신 2순위의 성낙인 교수를 총장으로 지명한 이유가 뭔지 밝히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비상총회를 열거나 신임 총장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다.

성낙인 교수가 총장으로 뽑힌 과정은 정관(定款) 등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것이다. 우선 서울대 내부 인사 20명, 외부 인사 10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는 지난 3월 1차 평가를 통해 예비 후보로 나선 12명을 5명으로 압축했다. 이때 법대 학장을 지낸 성낙인 교수가 1위, 자연대 학장을 지낸 오세정 교수가 3위를 했다. 5월엔 총장추천위원회의 2차 평가(60% 반영)에다 정책평가단 244명의 평가(40%)를 합해 마지막 3명의 후보를 정했다. 여기선 오 교수 1위, 성 교수와 강태진 전 공대 학장이 공동 2위를 했다. 이어 이사회가 지난달 19일 이들 3명을 놓고 표결을 해 과반을 얻은 성 교수를 총장으로 지명했다. 일부 교수들의 반발은 왜 총장추천위원회가 1위로 올린 오 교수 대신 성 교수가 뽑혔느냐는 것이다.

서울대 정관엔 이사회가 총장추천위원회 추천 3명 가운데 한 명을 총장으로 선출하도록 돼있지 평가에서 1위를 한 사람을 반드시 뽑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절차대로 진행된 선출 결과에 이의(異議)를 제기하는 것은 자기들 지지 후보가 선출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정적 반발로 볼 수밖에 없다.

이번 분란은 정관에 없던 '정책평가단 평가'라는 직선제적 요소를 총장 선출 과정에 가미하면서 우려됐던 일이다. 정책평가단 244명은 교수 대표 222명, 교직원 대표 22명으로 구성됐다. 일종의 선거인단인 셈이다. 정책평가단 평가를 앞두고 교수 사회에 파벌이 생겼고 나중엔 '논문 자기 표절' '성추문' 같은 흑색선전이 나돌았다. 동네 통반장 선거에서도 보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더니 결국 '선출 불복' 사태로까지 번지며 보기 민망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선제건, 직선제에 가까운 간선제건 교수 사회를 파벌로 갈라놓는 총장 선출 방식은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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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박 대통령, “참고하겠다”는 말로 끝내선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와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청와대 회동이 의례적인 만남이나 보여주기식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려면 여기서 오간 대화가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청와대 회동을 평가할 첫 시금석은 야당 쪽에서 지명 재고를 요청한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결론을 내리는가다. 새정치민주연합 쪽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두 사람의 이름만 거론하며 지명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야당으로서는 상당히 양보를 한 셈이다. ‘차떼기 돈배달’ 경력의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나, ‘고추밭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자격 미달자가 더 많지만 지나치게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낙마 대상자를 최소화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잘 알겠다. 참고하겠다”고 답변했다는데,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아직 짐작하기 어렵다. 야당 쪽의 주장을 수용해 장관 임명을 포기할지, 아니면 말 그대로 ‘참고’만 하고 넘어갈지는 더 지켜볼 대목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임명을 강행해 국회와 야당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역시 그런 기조를 유지한다면 ‘이럴 거면 뭐하러 원내대표들과 만났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김영란법, 유병언법 등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 등은 청와대로서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여야 관계의 순항 기류도 새 장관 후보자의 처리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암초에 부닥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정국이 청와대 회동 전보다 오히려 더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야당과의 소통,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지지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데서도 나타나듯이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은 이제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모처럼 맞은 여야의 화해·협조 분위기를 박 대통령이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한겨레_[사설] 권은희씨 광주 전략공천 문제

새정치민주연합이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 공천한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면이 있다. 권씨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책임자였고, 경찰의 축소·은폐를 폭로한 인물이다. 이 사건은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출마는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다.
국정원 사건은 정쟁의 대상일 수 없다.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불법으로 동원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은 국기문란 사건이다. 현장 수사 책임자였던 권씨는 실체적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고 폭로한 권씨의 청문회 증언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지난달 2심 재판부마저 김용판씨의 무죄를 선고하자 권씨는 경찰에서 사직했다. 사직 1개월 만에 정치권에 진출한 권씨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것, 그리고 해야 한다는 것이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 이유”라고 말했다. 권씨는 국회에 입성해 진실을 밝히는 데 기여하고 ‘국정원 특검’을 추진하는 도화선 구실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씨의 정치권 진출은 결과적으로 국헌문란 사건을 하나의 정치적 논쟁으로 격하하는 측면이 있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히려 애쓴 권씨의 노력과 진정성도 일부 훼손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정치적 배후설’을 주장하며 권씨의 폭로를 ‘야당 공천을 노린 돌출행동’이라고 매도했다. 새누리당은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다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국정원을 감싸는 데 진력해온 새누리당이 권씨 공천을 비판할 자격조차 없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새정치연합이 권씨를 호남이 아니라 수도권에 공천했다면 상황이 약간 달랐을 것이다. 그나마 여야가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수도권 선거를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심판을 꾀하는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이 곧 당선인 호남에선 그런 의미를 찾기 어렵다. 권씨의 호남 공천은 오히려 출신지를 부각시키며 수도권 선거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당내 일부의 반론이 일리 있다.
공천 과정도 석연치 않다. 경선과 전략공천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막판 초읽기에 몰리자 권씨를 투입했다. 무소속 출마 배수진을 친 천정배 전 의원의 공천 배제를 관철하는 카드로 권씨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공천과 선거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오롯이 안철수·김한길 대표가 질 수밖에 없다.

한겨레_[사설] ‘구멍가게’만도 못했던 청와대의 세월호 대응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 특히 청와대가 제구실을 전혀 하지 못했음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배가 침몰하는 순간까지도 미적대거나 우왕좌왕했던 청와대의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참담하다.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은 10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를 통해 세월호 사건을 케이블채널인 <와이티엔> 속보를 통해 처음으로 접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사고 발생은 오전 8시48분이었는데 9시19분에야 공식 보고체계도 아닌 방송뉴스로 알았다는 것이다. 해군이 9시3분에 인지했다지만 그 역시 보고되지 않았다. 그나마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다른 회의를 하느라 9시25분께에야 사건 소식을 알았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첫 서면보고가 된 것은 10시께고, 대통령의 구조 지시는 배가 전복되기 직전인 10시15분에야 전달됐다. 국가 위기관리시스템이 이런 식으로 삐걱대고 때늦은 대응만 거듭했으니 신속한 구조나 대처는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비슷한 재난·재해나 위기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제구실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뒤늦게 사건을 알게 된 뒤에도 청와대는 조직적인 구조 지휘나 관련 조처를 강구하는 대신 엉뚱한 일에만 열중했다. 사건 당일의 긴급교신 내용을 보면, 청와대는 9시39분부터 11시10분께까지 구조 지휘에 전념해야 할 해경을 상대로 현장 영상이나 영상송출 시스템 제공만 재촉했다. 구조작업에 필요한 헬기나 함정, 구조인력의 적절한 배치보다 청와대에 앉아서 현장 화면을 보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누가 그런 영상에 관심이 있기에 그랬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현장을 지켜보면서 구조 지휘는 왜 나 몰라라 했는지도 의아하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상황실은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 역할이지, 법률상 구조 지휘 등 재난·재해의 컨트롤타워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했던 변명 그대로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헌법상 책무가 있는 대통령과 그 보좌기관인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드는 것은 꼴사납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가 제대로 됐는지도 의문이다. 사건 당일 대통령은 서면·전화 보고만 받았을 뿐, 대면보고나 회의는 전혀 하지 않았다. 7시간 동안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고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제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아경_[사설]실패한 저출산 대책, 획기적 전환을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구의 날(26회)'이자 우리 정부가 정한 '인구의 날(3회)'이다. 유엔은 1987년 7월11일 세계 인구가 50억명을 넘은 것을 계기로 세계 인구의 날을 제정했다. 우리는 2011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 시 근거규정을 신설해 2012년부터 인구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연혁에서 드러나듯 세계 인구의 날과 우리 인구의 날은 취지가 엇갈리는 측면이 있다.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되새기자는 큰 의미는 같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날은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세계 인구가 급증하는 데서 초래되는 문제들을 생각해보는 날인 반면 우리는 오히려 인구의 정체와 향후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날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르면 인구의 날 제정 취지는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불균형의 파급영향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올해 인구의 날에 우리는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의 실패를 재확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여자 1명당 평생 출산아 수의 평균치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19명에 이어 올해도 미국 중앙정보국(CIA) 추정에 따르면 1.25명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고, CIA 분석대상 224개국 가운데서도 219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 성장능력 감퇴 등 인구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도 저출산에 따른 생산연령층 감소에 주된 원인이 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오늘 인구의 날 기념사에서 저출산 대응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좌절감을 대변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저출산 덫에 빠져있다"며 "인구위기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저출산 대책의 실패를 선언한 셈이다. 이어 그는 "보육지원 확대와 다자녀 인센티브만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결혼부터 출산ㆍ양육ㆍ교육ㆍ노후준비까지 젊은 세대가 만족할 만큼 제도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말만 앞세울 게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강력한 정부안을 새로 만들어 사회적 논의에 부치기를 바란다. 당장 저출산 대책 예산부터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아경_[사설]규제만 푼다고 금융 경쟁력 살아날까

금융위원회가 어제 금융산업 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권 규제 3100개를 점검해 1700여개로 추린 뒤 그중 711개를 완화ㆍ개선한다니 대단한 작업이다. 금융소비자의 불편 해소, 금융사의 영업활동 및 기업금융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규제개혁의 제1탄이다. 
 
711개란 항목 수 못지않게 눈길 끄는 내용이 적지 않다. 하나의 계좌에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여러 금융상품을 관리하면서 세제 혜택도 받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가 2016년 도입된다.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범위가 넓어지고, 금융거래 때 요구하는 문서가 간소화된다. 행정규제야 바로 없애거나 바꿀 수 있지만 법령 개정사항도 상당수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회와 협조해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해야 한다.
 
규제를 풀었다고 금방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금융소비자가 편리해지지는 않는다. 관건은 금융사와 금융인의 실천과 윤리의식이다. 당국으로선 규제를 푼다고 풀었는데 금융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규제완화 틈을 타 사고를 치거나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면 규제를 왜 풀었느냐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허약한 게 과연 규제 때문만인가. 신용보다 담보 챙기기, 예대마진 따먹기 등 손쉬운 장사에만 몰두해온 은행은 저금리 속 집값이 떨어지자 허둥댄다. 위탁매매 수수료에 목매는 증권사는 주식거래량이 줄어들자 비명을 지른다. 보험사도 장차 금리가 떨어질 줄 모르고 2000년대 초반 많이 팔았던 고금리 저축성상품 때문에 고전 중이다.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모든 업무를 할 수 있게(유니버셜 뱅킹) 허용한다지만 교포와 현지 진출 기업을 중심으로 장사해온 실력으로 얼마나 해낼까. 
 
정부는 금융산업을 관치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더 이상 낙하산 인사로 물을 흐리지 말라. 금융사도 당국이 떡 하나 더 주길 기다리지만 말고 새로운 상품과 금융기법을 찾아내야 한다. 연구개발 비용을 아끼지 말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번 규제개혁 방안을 80점으로 평가했다. 더 개혁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매년 9월을 '금융규제 정비의 달'로 정해 1년 주기로 규제를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괜찮은 방법이다. 금융규제의 수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당국과 금융사,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중앙_[사설] 김명수 후보자 사회부총리 자격 없다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한 후보자 검증의 두 축은 ‘공직 수행능력’과 ‘도덕성’이다. 9일 열린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관전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도덕성에 심각한 의혹이 제기된 후보자가 이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는지였고, 다른 하나는 업무 수행능력이 있는지였다. 야당은 집요하게 도덕성 문제를 제기한 반면 여당은 그의 업무 수행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공직 수행능력과 도덕성은 모두 낙제점에 머물렀다.

 먼저 김 후보자는 연구윤리에 대한 기본 인식 자체가 아예 없었다. 지금까지 제기된 표절, 무임승차, 연구비 부당수령 등의 연구윤리 위반을 관행이라며 슬쩍 비껴가려 했다. 공동연구를 단독연구로 올린 것은 “컴퓨터 활용 미숙으로 인한 실수”라고 변명했다. 정교수 승진 논문에 결론으로 제시한 모든 대안이 다른 연구자의 것과 일치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인된 내용을 인용한 것은 표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학계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연구윤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만일 그의 주장이 맞는다면 우리 학계에는 미래가 없는 암담한 상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업무 수행능력에서는 더 큰 의문을 남겼다. 청문회의 상당 시간은 부실한 자료 제출에 대한 질타와 추가 자료 요청으로 허비됐다. 성실한 자료 제출이라는 공직후보자로서의 기본 의무를 우습게 여기고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문제가 됐던 사교육업체 주식 보유와 관련한 주식거래 내역서는 청문회 전날에야 제출했다. 내역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처음 샀다던 해명과 달리 문제의 사교육기관 주식을 11년간 매매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해명이 명백한 거짓말임이 드러난 것이다. 그는 이렇게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의 상당 부분을 회피와 거짓으로 얼버무렸고, 결과적으로 신뢰를 잃었다.

 평소의 교육 철학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요청도 중언부언 얼버무리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꿈과 끼를 키우는 정책’을 우선으로 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함으로써 교육 철학과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들게 했다. 소통 능력과 집중력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의원들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답변을 하는 일이 잦았고, 이로 인해 청문회가 겉돌았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라는 중요한 절차를 통해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고, 업무 수행능력도 입증하지 못했다. 공직 수행능력과 도덕성, 어느 면에서도 믿음을 주지 못했다. 청문회를 거치면서 그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장관을 수행할 자질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도대체 이런 문제투성이의 인물을 무슨 배짱으로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곱게 보려고 해도 김 후보자는 사회 부총리의 자격이 없다. 국회와 청와대의 대응을 주시한다.

중앙_[사설] 대통령은 열린 자세, 야당은 '합리'로 만나야

오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1+4 청와대 회담이 열린다. 지난해 9월 대통령이 국회로 가서 여야 대표와 만났던 이후로 처음이다. 올해 들어 세월호 참사, 두 차례의 총리후보 사퇴, 6·4 지방선거,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주요한 상황이 있었다. 특히 시급한 국가 대개조 작업, 정부 조직 개편, 김영란법을 비롯한 공직사회 개혁방안, 관피아 개선, 2기 내각의 완성 등 주요 과제의 한가운데서 1+4는 만난다. 국정운영의 중요한 분수령인 것이다. 회담의 핵심은 대통령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다. 회담이 생산적이 되려면 각별한 자세가 필요하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야당은 의회권력의 절반을 갖고 있다. 국정의 방관자가 아니라 주요 참여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의 목적은 국정의 성공을 위해 문제의 합리적인 지적을 통해 대통령을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야당이 정확하지 않으면 문제 제기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야당은 김명수 교육부총리 후보자를 반대하고, 해경 해체 등 대통령의 개편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을 ‘불통’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주장은 근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최근 박영선·박지원 의원 등이 제기한 ‘대통령 비선조직’ 주장은 ‘만만회’ 같은 자극적인 조어(造語)만 있을 뿐 실체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는 야당이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대통령은 야당의 합리적인 지적은 얼마든지 수용하겠다는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김명수 후보자 퇴진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아니면 설득해야 하고 해경 해체를 포함한 정부 개편안은 국회 논의에 맡기겠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자회견이 거의 없는 등 대통령은 대국민 소통에 부족함이 많다.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늘려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할 것이다. 비선조직 소문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회동은 국정 정상화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먼 길을 가려면 양쪽 모두 ‘열린 자세와 합리’로 파트너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중앙_[사설] 노인 시설 '수퍼박테리아', 백신접종 확대로 잡자

요양 병원·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해온 노인 환자들에게서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약이 듣지 않는 이른바 ‘수퍼박테리아’가 발견된 것은 노인에 대한 항생제 오·남용이 그만큼 만연했다는 걸 의미한다. 내성은 항생제를 오·남용한 결과 환자 몸속의 병원균 일부가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에 노인 폐렴환자 510명 중 5명에게서 발견된 ‘광범위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은 치료에 쓰이는 8종의 항생제 중 약한 편인 6종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반코마이신 등 더욱 강력한 2종에만 미약하게 반응했을 뿐이라니 우려스럽다.

 이는 특히 노인 건강관리 측면에서 걱정을 자아낸다. 노인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 등에 걸리면 치명적일 수 있는데 내성균이 침투할 경우 치료 방법조차 없기 때문이다. 실제 내성균에 감염된 한 환자는 패혈증(병원균이 혈액에 침투해 생기는 전신 염증 증세)으로 입원 7일 만에 숨졌다.

 그동안 내성균은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주로 발견돼 왔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중환자실에서 요양 병원·시설로 옮겨온 중증 환자는 별도 병실에 입원시켜 내성균의 확산을 막는 등의 노인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감염 우려가 특히 커 항생제를 장기 사용해야 하는 기관삽입환자 등은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감염 전문의가 없는 시설에 관련 인력을 순회시켜 안전한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감염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접종이다. 정부는 특히 노인 등 성인 대상의 폐렴구균백신 접종을 확대해야 한다. 지난 5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간 폐렴구균백신 무료접종은 다음달부터 65세 이상 노인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요양 병원·시설의 대상자 전원이 접종받을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관련 시설을 찾는 환자 가족도 접종받을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5% 수준에 머물고 있는 폐렴구균백신 접종률을 선진국 수준인 3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은 국민건강관리의 핵심이기도 하다.

경향_[사설]‘정부 실패’에 대한 성역 없는 감사 필요하다

그제 감사원이 발표한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실태’ 감사 중간 진행 상황을 보니 다시금 부아가 치밀고 억장이 무너진다. 특별히 새롭다고 할 만한 내용은 없지만 사고 발생 원인과 초동 대응, 재난대응 체계 등 모든 단계마다 비리와 유착, 부실과 태만, 무능과 무책임이 판치는 공직사회의 모습을 재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참사 발생 84일 만에 정부기관 스스로 종합조사를 통해 세월호 침몰사고가 ‘총체적 관재(官災)’이자 ‘정부 실패’임을 자인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세월호는 도입부터 증축, 안전점검, 운항관리 등 모든 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한국선급은 허위 시험보고서를 보고 증축을, 인천항만청은 변조된 자료를 받아들여 취항을, 인천해경은 형식적인 심사를 통해 운항관리규정을 승인했다. 해운조합은 과적을 확인하지 않고 출항 허가를 내줬다. 세월호는 이미 사고 요인을 곳곳에 안고 있었고, 그런 위험한 운항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정부라는 얘기다.

사고 발생 후 대응에서도 제대로 된 게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첫 신고를 받은 전남소방본부는 해상사고는 해경 소관이라고 해서 21분을 흘려보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해상관제 소홀로 초기 구조의 ‘골든타임’ 47분을 허송했다. 서해해경청은 승객 구조와 관련한 판단을 이미 도망친 선장에게 떠밀었다. 해경 본청은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여객선 자체 부력이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하라”며 안이한 지시를 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현장 지휘계통 조정 역할보다 언론 브리핑에 매달렸고, 그나마 ‘전원 구조’ 오보 등으로 혼란만 부채질했다. 304명을 세월호 속에서 기다리게 하고 결국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자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여 엄중 문책하고 정부의 제도개선책 마련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보다는 감사 자체에 더욱 치중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에 대한 직무감찰이라든가 한국선급 등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소홀과 같은 핵심적인 부분은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마당이다. 그런 세월호 감사가 ‘감사의 세월호’라느니 대통령 보호를 위한 ‘방탄 감사’니 하는 비판도 있다. 성역 없는 감사를 통해 참사의 진실과 근본적인 문제점을 규명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경향_[사설]삼성전자 실적 쇼크가 한국경제에 던진 과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쇼크 여진이 크다. 원화 강세의 여파로 다른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부진 전망까지 가세하면서 당장이라도 한국 경제가 결딴날 것 같은 위기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한국 대표기업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것은 우울한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대기업에 목을 매온 한국 경제의 맹점이 확인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확인한 것은 위안거리다. 

우선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혁신이 무뎌진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애플의 아이폰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기민성, 창의성 등은 요즘 들어 눈에 띄지 않는다. 신형 갤럭시 휴대폰의 판매와 태블릿PC의 시장 지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중저가로 변해가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지도 못했다. 2분기 영업이익 7조2000억원이 대단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이는 ‘추격자’ 시절의 얘기고, ‘선도자’가 된 지금의 의미는 다르다. 5년 전부터 시작한 자동차용 부품, 의료기기 같은 신수종 사업도 감감무소식이다. 일주일에 기업 하나씩을 사냥하며 새로운 시장 창출에 혈안이 된 구글 등과 달리 현금 60조원을 쌓아놓고 덩치 큰 공룡으로 화석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삼성은 광고에서 ‘다음 혁신은 여기’라고 말하지만 구입자들의 행렬은 줄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충고는 귀 기울일 만하다. 

한국 경제의 취약한 구조도 여실히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상장기업 전체 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거둘 만큼 독보적이다. 기침하면 한국 전체가 감기에 걸린다. 당장 삼성 계열사와 협력사들의 실적이 반토막나면서 충격파를 던졌다. 굳이 노키아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국가 경제가 특정 기업에 휘둘릴 경우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수출 대기업의 실적 경계감 때문에 벌써부터 원화 강세 용인 등의 얘기가 나도는 모양이지만 이는 근시안적 정책이다. 

근본적으로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삼성의 신수종 사업만 하더라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한 품목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 발전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갑을관계 등 잘못된 거래 관행을 끊는 경제민주화가 절실하다. 중소기업 육성과 동반성장의 결과물은 단기간에 나오지 않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다. 기형적인 우리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 없이 경제활성화만 외치는 것은 공허하다.

경향_[사설]김명수·정종섭 후보자만큼은 안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국민들은 요즘 참담한 심경이다. 대체 어떻게 골랐길래 국무위원이 될 사람들이 저렇게 흠결이 많을까 하는 실망감이 들어서다. 이런 눈높이에서 엄격히 따진다면 대부분의 후보자가 통과의 선을 넘기 어렵겠지만, 그중에서도 김명수·정종섭 후보자만큼은 낙제를 면할 수 없다고 본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제도가 시행된 이래 비리와 흠결의 가짓수가 가장 많은 인물로 꼽힌다. 제자 논문 가로채기에 연구비 부당수령, 자기 표절에 경력 부풀리기, 칼럼 대필에 부적절한 주식투자까지 장관은커녕 학자의 자격마저 의심케 하는 의혹투성이다. 그런데도 김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구체적 해명은 없이 “저는 평생 교육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다”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누차 지적해왔지만 이런 사람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바르게 살라고 가르칠 면목이 없게 된다. 나라의 윤리와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는 걸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국제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김 후보자의 ‘비리 그늘’에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의 결함도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 그는 위장전입에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의혹에 과도한 부수입, ‘황제 군복무’까지 비리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위장전입은 인사청문회만 하면 나오는 단골메뉴가 되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주민등록을 관장하는 안행부 장관 후보자라면 이것 하나만으로도 결격사유가 된다. 장관이 위장전입 범죄전력이 있는데 국민을 상대로 어떻게 단속할 수 있단 말인가. 부동산 투기 의혹도 마찬가지다. 그는 1992년 서울의 한 아파트를 사들였으나 22년간 살지 않았고 97년에는 다른 아파트를 또 구입했다. 그렇게 해서 번 시세차익이 22억원에 달하는데도 “나는 평생 살면서 투기라는 짓을 해본 적이 없다”고 우겼다.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도 오만했다. 야당 의원이 역사관을 묻기 위해 “5·16은 쿠데타냐”고 질문하자 그는 “내 책에 써놓은 대로다. 지금 책을 안 갖고 있다”고 했다. 군복무 도중 석·박사과정을 마친 경위에 대해서는 “지휘관의 허락을 받고 다닌 것”이라고 둘러댔다가 그 지휘관이 누구냐고 묻자 입을 다물었다. 예나 지금이나 군인이 주간 대학원에 다니는 것은 당연히 금지돼 있는데, 무슨 재주로 허락을 얻어냈단 말인가. 만약 그랬다면 부당한 특혜를 받은 것이고, 아니라면 부대를 무단 이탈한 것도 모자라 위증까지 하는 셈이 된다. 어느 쪽이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욕되게 하는 것이며, 병역을 정상적으로 이행한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다.

조선_[사설] 최경환 부총리, 景氣 회복에 정권 운명 걸 각오 해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경제 상황만 감안하면 추경(追更)을 하고도 남는다"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보다 경기 부양에 더 적극적인 의사를 밝힌 것이다.

최 후보자는 우리 경제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저물가, 저성장,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등 거시경제 지표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나타났던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내수의 구조적 부진이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원인"이라며 "기업의 투자와 배당, 임금 분배 등을 통해 (소득이) 가계 쪽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이 경기 회복을 체감(體感)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최 후보자의 이 같은 경제 상황 인식에는 공감할 부분이 많다. 문제는 행동과 실천이다. 최 후보자는 부총리 취임과 함께 빠른 시일 내 자신의 경제 인식을 구체화한 새로운 정책 패키지를 내놓고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추경 편성을 통해 재정 지출을 늘리거나 금리 조정 같은 전통적인 경기 부양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꽁꽁 얼어붙은 투자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충격 요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용을 늘리는 기업의 투자에는 놀고 있는 산업단지의 공장 부지를 20~30년 무상(無償) 임대해 준다든가, 기업이 사원들의 국내 여행 비용을 지원할 경우 세금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경제 관료 집단은 과거처럼 우수하지도 않고 사명감이 투철한 것도 아니며, 정책 개발 능력도 떨어진다. 투자와 소비의 당사자인 기업과 민간 단체들로부터 새 정책을 발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동안 행정부가 독점해 오던 경제 정책의 결정권도 상당 부분 국회로 넘어갔다. 지방정부들이 중앙 부처의 정책에 반기(反旗)를 들고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책을 결정·추진하는 권력 구조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처럼 대통령 결재만 받으면 된다는 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국회는 물론 지방정부들과 긴밀한 사전 협의를 통해 정책이 막힘 없이 실행될 수 있도록 정책 추진 패턴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경환 경제팀이 "내가 책임지고 결정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래야 관료 조직이 움직이고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도 나올 것이다. 최 후보자가 적어도 1년 이내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징후를 보여주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 현상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에 정권의 운명이 걸렸다는 자각(自覺)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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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사회부총리 適任 논란 더 키워버린 김명수 후보자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9일 열렸다. 김 후보자에 대해선 지난달 13일 지명된 이후 매일같이 숱한 의혹들이 쏟아졌지만 김 후보자는 '모든 것을 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고 말해왔다.

김 후보자의 논문 또는 기고문 등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건수(件數)가 너무 많고 그 종류도 다채롭기 그지없다. 시기적으로도 교육부가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계기로 '연구윤리 확보 지침'을 만든 2008년 이후의 것이 여러 건 포함돼 있다. 그는 이 중 제자 논문을 자기 이름으로 연구 시스템에 등재한 부분에 대해서만 '실수'라며 사과했다. 나머지에 대해선 '당시의 관행(慣行)'이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는 제자 논문에 '제1 저자'로 자신의 이름을 올린 것은 "(제자들이) 한사코 (제 이름을) 앞에 놔둔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논문 표절 문제에 대해선 학계의 보편적 기준과는 전혀 다른 자기만의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표절이란 어떤 특수한 용어나 새로 만들어진 단어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을 인용 없이 쓰는 경우"라며 "(내 경우는) 표절이 아니다"고 했다. 완전히 창조적 내용이 아니라면 남의 논문에서 몇 페이지씩 그대로 옮겨 써도 된다는 취지여서 또 다른 논란을 자초했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관행이었다'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덮고 교육부장관 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여당 의원들마저 "장관으로서 다른 사람의 논문 표절 문제에서 엄격히 징계할 자격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더 중요한 것은 김 후보자가 사회부총리로서 적임자인가 여부다. 사회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대개조를 하겠다며 새로 만든 자리다. 교육은 물론 복지·환경·고용·노동 등 중요 분야의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의원들 질문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해 부총리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을 더 키우고 말았다.

결국 김 후보자의 거취는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가 과연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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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권은희 폭로' 결국 野 공천 받으려는 계산이었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는 30일 실시되는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천했다. 권씨는 2012년 12월 대선 막판에 터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현장 수사 책임자였다. 권씨는 대선 직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축소·은폐 수사를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권씨는 지난 6월 김 전 청장에 대한 2심 재판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되자 사직했다.

권씨가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경찰 윗선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을 때부터 경찰 안팎에선 '야당의 공천을 받으려는 돌출 행동' '정치적 배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권씨는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재·보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굳이 사직한 이유에 대해서도 "가을 학기부터 공부를 계속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랬던 권씨가 경찰을 떠난 지 20일 만에 야당 초강세 지역인 광주에서 공천을 받으면서 그간 권씨의 행동을 둘러싼 각종 설(說)들을 스스로 추인해 준 셈이 됐다.

권씨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정치적 고려나 정파적 영향에도 휘둘리지 않았으며 오직 양심에 따른 것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상당 기간 겉으로라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맞다. 그것이 국민 상식이다. 새정치연합 의원 상당수가 "이번에 권씨를 공천하면 국정원 댓글 의혹 관련 야당 주장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야당 지도부는 이런 상식과 거꾸로 갔다. 일부 야당 지지층에서 '영웅'처럼 떠받드는 권씨 공천 카드로 이번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추태와 논란을 덮을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권씨의 주장은 국가기관의 신뢰를 뒤흔들었지만 법적으로는 입증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특정 정파에 유리한 주장을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폭로한 공직자가 권씨처럼 영웅 대접을 받는 일이 빈발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얄팍한 정치적 계산에 눈이 어두워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 이 나라 제1 야당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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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박 대통령의 소통정치, 김명수 철회가 시금석

낯두꺼움에도 급수가 있다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단연 최고에 속할 것이다. 그는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확인된 표절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국민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이런 태도는 여론과 동떨어진 것이다. 7일 보도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1.4%는 ‘김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부적절 의견이 96%에 이르는 교육시민단체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이념 성향을 가리지 않고 주요 언론 대부분이 김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이다. 김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 신뢰조차 상실했다는 걸 보여주는 징표들이다. 김 후보자가 눈감고 모른 체한다고 현실이 바뀔 리 없다.
그에게 쏟아진 온갖 종류의 의혹에 대해선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30건이 넘는 의혹이 불거져 인사청문회 도입 이래 ‘최다 의혹 소유자’란 오명이 따라붙었다. 이에 더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교육 업체의 등기임원이던 매제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내부 정보를 취득한 뒤 주식을 사고팔아 이득을 얻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김 후보자는 여당 의원들까지 논문 표절을 추궁하자 “윽박지르지 마시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런 뻣뻣한 태도가 뜻하는 바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청문회만 넘기고 굳세게 버티면 장관에 임명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끝내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김 후보자가 “5·16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박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복창한 것도 ‘코드 맞추기’로 보인다.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박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박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과 만나 현안을 논의한다. 차제에 국정원장·장관 후보자 8명의 적격성 여부를 야당과 협의하는 게 좋다.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김 후보자 지명 철회는 소통의 첫 단추다. 김명수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생각이라면 모처럼 야당과 만나는 자리가 무의미해지고 말 것이다.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지도부를 만나 인사청문제도 손질을 요구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정치의 퇴보를 초래하는 행위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견제하라고 만든 제도가 인사청문회다. 그것을 강화한 사람이 본인이다. 인사청문제를 시행하지 않던 영국도 2008년부터 하원 사전인사청문제를 도입했다. 공직자 인사 결정에 대한 의회의 견제 강화가 세계적 흐름임을 보여준다. 청문회 제도를 손대는 것은 중대한 시대착오다.

한겨레_[사설] 생태계 파괴 막으려면 강이 흘러야 한다

시민단체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최근 낙동강과 영산강에서 확인한 4대강의 현주소는 충격적이다. 유속이 느려진 강바닥에 악취 나는 펄이 중·상류까지 쌓여 있다. 고인 물 위에는 녹조와 함께 큰빗이끼벌레라는 외래동물이 번창하고 있다. 하천 전문가 말대로 “강은 바닥에서부터 죽어가”고 있었다.
해마다 녹조가 기승을 부리고 낯선 외래동물이 출몰하고 바닥부터 썩어가는 강은 정상적인 하천 생태계가 망가졌음을 보여준다. 환경부가 최근 작성한 ‘보 구간 수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도 4대강에서 흰수마자 등 여울 물고기가 사라지고 가시박 같은 외래종 식물이 강변을 점령하는 생태계 교란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멀쩡한 강바닥을 깊게 파내고 대형 보를 세워 강을 호수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런 강은 구불구불 흘러 물살이 빠른 곳에서 깎아내고 느린 데에 쌓아 여울과 소를 형성한다. 유속에 따라 펼쳐진 자갈, 모래, 펄에 터잡아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면서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홍수 때는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구실도 한다. 4대강 사업은 이런 강을 단순한 물길로 만들었다. 물이 흐르지 않으니 하구호에서나 나타나던 녹조가 강 상류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낙동강물환경연구소 등 일부 정부기관은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의 항목을 들어 “낙동강의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지적한 것처럼, 호수로 바뀐 4대강에서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조류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5000억원을 들여 총인처리시설을 앞당겨 설치했는데도 해마다 녹조가 심해지는 것은 그런 투자가 수질개선에 아무 효과가 없음을 말해준다. 그 돈을 애초 낙동강에 투입했다면 지금쯤 훨씬 맑은 물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댐에 가둔 물을 일시에 흘려보내는 비상방류로 녹조를 씻어내는 따위의 땜질식 처방에 기대서는 안 된다. 근본 대책은 이미 광주시와 전남도가 영산강에서 추진하기로 한 ‘재자연화’밖에 없다. 일단 보를 열고 물을 흘려 생태계 파괴와 녹조를 완화한 뒤 보를 어떻게 할지 검토에 나서야 한다. 감사원이 2차례나 감사 결과를 발표한 만큼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총리실의 4대강 조사평가위의 결론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한겨레_[사설] 도 넘은 MBC의 방자함

<문화방송>(MBC)의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공영방송의 정상적인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자함의 연속이다. 문화방송은 8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의 방문을 출입문에서부터 막았다. 로비에도 들여보내지 않고 문전박대한 것이다. 국민의 공분을 산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할 수 없는 짓이다.
문화방송은 7일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에도 막무가내로 참석하지 않았다. 문화방송은 “사안이 있을 때마다 언론사 편집 담당자들이 출석하여 보고하게 된다면 이는 자칫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언론자유 침해 우려를 국회 출석 불응의 이유로 댔다. 그러나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는 문화방송이 언론자유를 들이밀며 뻗댈 곳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사안이 아니라 국가적 재난이다. 눈앞에서 수백명의 어린 목숨이 바닷물 속에 잠겼다. 정상적인 국가에서라면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재앙이다. 참사가 벌어지는 중에 반복해서 ‘단원고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틀어댐으로써 재난 증폭에 일조한 것이 문화방송이었다. 그런 보도에 대해 경위를 따지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정당한 절차를 밟은 국회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건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언론자유라는 방패는 국민의 요구를 쳐내는 데 써먹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엠비시가 부끄러워서 못 나오는 줄 알았는데, 사유를 보니 ‘내가 뭘 잘못했느냐’ ‘너희가 뭔데 우릴 건드려?’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겠는가.
문화방송이 국가기관의 요구와 명령을 무시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문화방송은 지난달 2012년 파업 중 해고된 언론인 6명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고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법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태도다. 정권의 신임만 받으면 된다는 것이 경영진의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오만함이 머잖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2014년 7월 9일 수요일

미디어스_어떤 언론이 삼성에 가장 친화적인가?

8일 삼성전자 2분기 실적 발표로 증권가가 ‘어닝쇼크’에 빠져있는 가운데 9일 이를 보도한 언론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특히 보수지들은 <중앙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순으로 삼성에 친화적인 보도를 했다.
  
▲ 동아일보 9일자 지면.
<동아일보>는 9일 종합 8면 <수출악화 우려가 현실로…중기 이어 대기업까지 직격탄>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등 대기업 들이 직면한 위기가 임계점을 넘은 원화강세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미 지난 4월 삼성전자가 하반기 환율변동 리스크 등을 언급하며 영업이익 저하 등의 우려를 내놓은 바 있는데 그게 현실화 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의 대기업도 마찬가지 리스크를 안고 있어 전망이 어둡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 동아일보의 9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삼성전자까지 먹구름, 최경환 경제팀 ‘위기’ 직시하라> 제하의 사설을 통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정식 임명될 경우 경제살리기를 최우선으로 삼아 실현 가능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논리를 들이댔지만 결국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졌으므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 중앙일보 9일자 지면.
같은 날 <중앙일보>의 지면은 이와 같은 논리를 1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9일 <중앙일보> 1면 탑 기사는 <중국 IT 군단의 대공습>이란 제목이 붙여져 있다. 국제 경제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제목이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의 첨단산업으로부터 추격당해 ‘넛 크래커’가 된 데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 기사에 의하면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삼성전자 때문이 아니라 중국 기업들 때문이다.
  
▲ 중앙일보 9일자 지면.
<중앙일보>의 4, 5면에는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고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IT서비스들이 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까지 넘보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에 이어 ‘제조업 국가대표’인 현대차까지 이들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녹아내리는 중국 오성홍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포그래픽이 지면 상단에 배치돼 섬뜩함을 더한다. 2~3년 후에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때문에 정부가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같은 투자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펴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게 이 기사들의 결론이다.
  
▲ 중앙일보의 9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이 날 <한국 경제의 민낯 드러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란 제하의 사설을 통해 사실상 삼성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중앙일보>는 이 사설을 통해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히려 소폭 올라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삼성전자의 부실한 실적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므로 충격적이라고 평했다. 이 사설에 따르면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원인은 원화강세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인데 전자는 국내 대기업들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이고 후자는 중국 등 후발주자와 선진국 사이에 낀 대기업들의 대외 리스크를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도 시장을 선도할 혁신을 해야겠지만 한국경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즉, 세련된 논리지만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번 어닝쇼크가 삼성전자에게 큰 책임이 있거나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뭐가 됐든 대기업들을 살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이와 같은 보도 행태는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에 대해 기업 스스로의 책임을 묻기 보다는 정부의 배려를 촉구하고 있다는 데에서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 과거 박정희 정권 등에서 금융 지원과 사채 동결 조치 등을 통해 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부추긴 정책이 이후에 큰 경제적 문제로 대두되는데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가 바로 이런 상황을 유도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특히 삼성그룹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앙일보>가 삼성전자를 교묘하게 방어하면서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은 언론윤리를 저버린 행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 조선일보 9일자 지면.
반면, 우리가 언제나 극우적이며 보수적 논조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조선일보>의 경우 앞의 두 신문과 다소 다른 관점의 보도를 해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는 3면 <스마트폰 실적에 출렁…한국경제 ‘삼성 쏠림’ 벗어나야>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기사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 원인으로 원화강세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을 꼽아 다른 신문과 차이가 없는 분석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한 대안에 있어서는 취약한 경쟁력의 대기업들에 대한 배려를 주장한 다른 신문과는 달리 우리 경제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 날 <‘스마트폰 이후’가 깜깜한 삼성과 한국경제> 제하의 사설을 통해 또 이 문제를 다시 다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삼성의 실적부진은 스마트폰 편중 때문인데, 이건희 회장의 장기 입원 덕에 신제품 개발 소홀과 판매 실적 하락 문제가 더 커졌다. 삼성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지는데 국가경제에서 삼성이 점유하고 있는 비율은 지나치게 높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결론의 문장은 위 두 신문의 문장과 비슷하지만 앞서 제기된 맥락과 연결지어 볼 때에는 상당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조선일보>는 최소한 삼성의 책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 조선일보 9일자 사설.
<조선일보>의 이와 같은 ‘중도적’ 문제제기는 삼성그룹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앙일보>를 상당히 의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 이전에도 <조선일보>는 삼성과 관계된 보도에 있어서는 평소 고수하고 있는 극우적 논조에 맞지 않게 중도적 관점을 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의도야 어떻든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편드는 기사를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언론 윤리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분기별 영업이익을 7조 이상 내는 기업이 세계적으로도 많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삼성전자라는 기업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얘기다. 위에서도 지적했듯 ‘어닝쇼크’가 삼성전자의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3분기에는 실적이 나아지리라는 것을 장담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볼때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이 한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 경제의 삼성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는 게 바람직하지 삼성에 뭘 더 배려해줘야 한다는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주장을 오직 업계의 사정 때문에 <조선일보>만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건 오늘날 우리 언론이 처한 씁쓸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앙_[사설] 한국 경제의 민낯 드러낸 삼성전자의 실적부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올 2분기 경영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7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5.19% 줄어들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무려 24.45%나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은 52조원으로 1분기보다 3.13%, 전년 동기보다는 9.5% 각각 줄었다. 전체 매출 규모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채산성이 그보다 더 나빠졌다는 얘기다. 어닝쇼크(예상보다 저조한 경영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오히려 소폭 올라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부진한 실적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는 가파른 원화 강세와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판매의 감소가 꼽힌다. 한국의 대표기업마저 환율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노후화하는 주력 제품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우선 원화 강세의 파장은 삼성전자 말고도 현대차와 기아차 등 내로라하는 간판기업들의 실적을 모조리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력 수출대기업들마저 환율 하락으로 휘청거리는 마당에 중소기업들에 미칠 원화 강세의 타격은 오죽하겠는가. 지나치게 가파른 원화 강세도 문제지만 환율의 보호막을 걷어내면 여지없이 드러나는 취약한 경쟁력이 더 큰 문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은 고가제품시장의 정체와 함께 중저가 중국 제품의 거센 공세에 밀린 탓이 크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이 강점을 가졌다고 여겨졌던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의 추격에 거의 따라잡혔고, 시장을 선도할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선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끼여 오도가도 못하는 이른바 ‘넛 크래커’ 현상이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태블릿PC와 착용형(웨어러블) 모바일 기기 등 신제품 출시로 3분기부터는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제품의 개선이나 성능 향상을 넘어서 세계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획기적인 차세대 신수종 상품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3분기 이후까지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 전체로도 몇몇 수출대기업에 의존하는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의 틀을 바꿀 만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판에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대기업들마저 흔들린다면 그야말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가 단 한 분기의 실적 부진만으로 한 방에 훅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을 선도할 만한 혁신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 장기적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부진하다고 단박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지도 못할 것이다.

중앙_[사설] 부하들이 총에 맞았는데 장교가 현장 떠난 군대

지난달 21일 동부전선 22사단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 당시 지휘를 맡았어야 할 소초장 강모 중위가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은 그제 강 중위에 대해 사건 직후 인접 소초의 지원을 요청한다는 이유로 현장을 벗어난 혐의(특수군무이탈) 등으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군 형법 31조는 특수군무 이탈과 관련해 ‘위험하거나 중요한 임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배치지 또는 직무를 이탈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시일 경우 최대 사형, 평시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강 중위의 사건 당시 행동은 우리 군의 모럴해저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부하 부대원들이 임 병장의 총탄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지는 와중에 지휘관이 자리를 비우는 군대가 실제 전투 상황이었으면 어떠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병사들과 밤낮으로 함께 부대끼는 초급 장교의 정신 상태가 이럴진대 전투 상황이 생기면 누가 앞장을 서겠는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승객들을 놔두고 탈출한 선장과 같은 행동이 군에서, 그것도 최전방에서 일어났다니 말문이 턱 막힐 뿐이다. 우리 군의 중추인 장교들 사이에 그저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된다는 무사 안일의 보신주의와 관료주의가 만연해 있지 않은지 우려스럽다. 단기 복무 중인 강 중위는 9월에 전역할 예정이었다. 

 장교의 솔선수범과 희생정신은 군의 생명줄이다. 군 기강이나 사기, 강한 군대는 거기에서 출발한다. 장교들의 사명감과 헌신은 군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힘이기도 하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 군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다. 군 간부들은 호국의 간성을 맹세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군 당국은 이번 GOP 총기난사 사건을 장병 정신교육 강화의 계기로도 삼길 바란다. 국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는 믿음직한 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중앙_[사설] 단 한 곳만 눈 부릅떴어도 대참사 막았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유병언·이준석’으로 대변되는,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한 선박 운항과 승객을 버려두고 탈출한 선원들의 극단적인 무책임이었다. 하지만 이런 탐욕과 태만을 견제하고 생명을 지켜내야 할 관계 당국이 제구실을 못 한 것은 전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다. 감사원은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감사를 통해 규정 위반과 늑장 구조, 민·관 유착 등 총체적이고 고질적인 공직사회의 병폐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어제 밝혔다.

 기관별로 밝혀진 부실의 실태는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우선 인천항만청은 청해진해운이 제출한 변조된 세월호 도입계약서를 확인도 하지 않고 인가해주었다. 선박검사를 맡은 한국선급은 안전의 근간인 복원성 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운항승인을 내주는 인천해양경찰서는 세월호가 안전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음에도 운항관리규정을 승인해주었다. 선박의 과적 상태를 점검하는 해운조합 역시 세월호가 상습적으로 차량적재한도를 넘겼지만 이를 적발해내지 못했다. 이들 기관 중 단 한 곳이라도 눈을 부릅뜨고 있었더라도 최소한 수백 명이 희생되는 대(大)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사고 직후의 대응 과정에서도 판박이 부실이 확인됐다. 해경은 세월호가 침몰한 해당 해역에 함정을 배치토록 한 해안경비규칙을 어기고 이보다 작은 경비정을 보내놓고 있었다. 경비정에는 고작 9명의 구조인력이 타고 있었다. 세월호가 100도 이상 기울어져 침몰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해양경찰청 상황실은 일선 해경에 “차분히 구조하라”는 어이없는 지시를 내렸다. 

 행정의 기본은 견제와 균형이다. 이런 기본원리를 무너뜨린 것은 다름 아닌 민·관 유착과 기관 이기주의다. 실제로 해경 관계자들은 선박회사에서 공짜 출장과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초 신고를 접수한 제주해경과 전남소방본부는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로 처리를 미루는 바람에 출동명령이 지연됐다. 이번 감사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가 뜯어고쳐야 할 공직 병폐의 표적을 명확히 해 준 점이다.

경향_[사설]‘최경환표 경기부양’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경제팀이 바뀌면 국민들은 기대를 갖기 마련이다. 기존 경제팀에 실망했을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어제 열린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는 새 경제팀의 밑그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좌고우면에 잡다한 정책만 나열했던 현오석 경제팀에 지친 터라 큰 틀의 정책 비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나온 것은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경기부양 성격의 지엽적인 정책에 불과했다. 

최 부총리 후보자는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하고, 서민경제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회복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지만 하루하루가 고단한 국민들로서는 백번 공감하는 말이다. 하지만 처방전은 공감과 거리가 멀었다. 

최 후보자는 우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얘기했다. 미래소득이 예상되는 젊은 층과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고령자들에게 대출여력을 늘려줘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경제가 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시도다. 소비자들이 주택 구입을 꺼리는 것은 대출규제가 아니라 미래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특히 주택대출액 중 70%가 이자만 납입하고, 차주의 절반 이상이 고령자인 상황임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문제만 심화시킬 게 뻔하다. 추경 가능성을 언급하고 금융통화위원회에 넌지시 금리인하 사인을 보내는 것도 적절치 않다. 요즘 여러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3%대 후반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을 단행하고, 금리를 내리는 국가는 드물다. 금리인하의 경우 주택대출 완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과 맞물리게 되면 경제 전반을 강타하게 된다. 추경 역시 재정건전성을 감안하면 신중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의 내수 부진은 세월호 참사 같은 단기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저출산·고령화, 교육비 부담, 미래 불안감 등이 가계를 짓누르면서 지갑을 닫게 하는 것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어제 2040세대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분의 2는 성장보다 분배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를 감안하면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은 경기부양보다는 가계재정 건전화 쪽으로 옮기는 게 옳다고 본다. 조세정책 역시 세수부족이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카드혜택을 줄이는 식의 ‘찔끔 정책’이 아니라 전체를 들여다보고 다시 설계해야 한다. 최 후보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실세로, 추진력이 최대 강점이다. 그 추진력에 한국경제가 달려 있다.

경향_[사설]이런 교육장관 후보에게 ‘국가 개조’ 맡길 텐가

5·16은 박정희 육군 소장과 그를 추종하는 군인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장면 정권을 총칼로 전복한 쿠데타이다. 박정희 정권의 공과 문제와 상관없이, 민주 헌정을 무너뜨리고 불법으로 권력을 탈취한 사건의 본질은 변함없다. 1996년부터 모든 초·중·고교 교과서는 5·16을 군사정변으로 기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1993년부터 세 차례 판결을 통해 5·16이 쿠데타라고 확인했다. 교과서를 배운 초등학생들도 답할 수 있는 ‘5·16 군사정변’을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여러 장관 후보들이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5·16을 군사정변으로 보느냐, 혁명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교육을 책임지는 장관을 맡겠다는 이가 이런 역사인식과 소신을 갖고 있다니 끔찍하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도 어제 인사청문회에서 ‘5·16 쿠데타’ 답변을 피하려 야당 의원들과 지루한 숨바꼭질을 벌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도 서남수 교육부·황교안 법무부·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이 인사청문회에서 ‘5·16 쿠데타’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한 나라의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느라 군사정변을 군사정변이라 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은 참담하다.

무려 30여가지에 달하는 연구 비리 의혹이 제기된 김명수 후보자는 서면답변에서 “당시 학계 문화 등에 비추어 큰 하자가 없다”며 발뺌했다. 10여건에 달하는 논문 표절, 제자 논문과 연구비 가로채기, 연구 업적 부풀리기, 칼럼 대필 등을 죄다 ‘관행’으로 치부하는 태도다. 이쯤이면 책임과 윤리 의식이 마비된 것이다. 이런 수준의 도덕률을 지닌 인물이 교육계 수장이 되어 아이들에게 정직을 말하고, 교육개혁과 공교육 정상화를 외친다면 웃음거리만 될 것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어제 소위 ‘국가 개조’ 방향과 계획을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 정 총리는 “공직사회 혁신과 부패구조 혁파 등 공직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김 후보자를 비롯해 인사청문회에 나선 장관 후보자들은 너나없이 도덕성과 자질에서 하자투성이다. 이미 도덕성부터 국민 신뢰를 잃은 장관들이 주도하는 정부 혁신과 공직개혁은 추동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국가 개조’를 운위하기에 앞서 인적 쇄신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경향_[사설]공교육에 절망 안겨주는 서울대 입시

서울대가 현재 고2 학생이 치르는 2016년 입시에서 지역균형선발로 뽑는 학생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고3 학생들이 치르는 입시에선 692명을 지역균형선발로 뽑았으나 내년엔 이보다 11명 덜 뽑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일반전형 모집인원을 늘려달라는 내부 요청이 있어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이 설명대로 어느 한 전형의 선발인원을 단순 조정한 데 불과하다면 대수롭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대 입시는 조금만 바뀌어도 유불리 계산이 달라지고 사교육 시장이 춤을 추는 등 파장을 부르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서울대가 계층격차 해소 차원에서 시행하는 사회통합 성격의 제도라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내신성적이 주요 선발기준이 되기 때문에 일반고나 지방학생이 서울대에 보다 쉽게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이 전형이다. 따라서 이 전형의 선발인원을 줄이는 것은 일반고와 지방학생의 서울대 진학 길을 그만큼 좁힌다는 말과 다름없다.

서울대가 일반고 학생을 멀리하는 정책을 쓰기 시작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지역균형선발인원을 779명에서 692명으로 줄였다. 3년 사이 100명가량의 ‘일반고 입학티켓’을 없애버린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하고 2017년 입시부터는 과학의 심화과목(Ⅱ)을 두 개 이상 이수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과학 Ⅱ는 대부분의 일반고에서는 수업시간에 가르치지도 않는 과목이다. 원천적으로 일반고에 불리한 불공정 조건을 내건 셈이다. 고교 진학교사들의 모임인 진학지도협의회가 올해 초 성명을 내어 “서울대가 지방 일반고 학생에게 불리한 정책을 추진해 사회통합의 기능을 상실하고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서울대가 갈수록 특목고·자사고 편중으로 흐르고 있어 걱정스럽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 중 일반고 출신은 46.7%에 불과하다. 일반고 학생이 사상 처음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따지고 들면 그 일반고 학생들마저 태반은 서울 강남 3구 출신이다. 지방 소도시와 서울의 강북지역에서는 단 한 명의 서울대 입학생도 내지 못하는 학교가 늘어가고 있다. 일반고는 전체 고교의 70%를 차지하는 공교육의 본산이다. 그런 공교육 집단에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안겨준다면 한국 최고의 대학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