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0일 목요일

조선_[사설] '권은희 폭로' 결국 野 공천 받으려는 계산이었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는 30일 실시되는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천했다. 권씨는 2012년 12월 대선 막판에 터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현장 수사 책임자였다. 권씨는 대선 직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축소·은폐 수사를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권씨는 지난 6월 김 전 청장에 대한 2심 재판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되자 사직했다.

권씨가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경찰 윗선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을 때부터 경찰 안팎에선 '야당의 공천을 받으려는 돌출 행동' '정치적 배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권씨는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재·보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굳이 사직한 이유에 대해서도 "가을 학기부터 공부를 계속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랬던 권씨가 경찰을 떠난 지 20일 만에 야당 초강세 지역인 광주에서 공천을 받으면서 그간 권씨의 행동을 둘러싼 각종 설(說)들을 스스로 추인해 준 셈이 됐다.

권씨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정치적 고려나 정파적 영향에도 휘둘리지 않았으며 오직 양심에 따른 것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상당 기간 겉으로라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맞다. 그것이 국민 상식이다. 새정치연합 의원 상당수가 "이번에 권씨를 공천하면 국정원 댓글 의혹 관련 야당 주장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야당 지도부는 이런 상식과 거꾸로 갔다. 일부 야당 지지층에서 '영웅'처럼 떠받드는 권씨 공천 카드로 이번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추태와 논란을 덮을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권씨의 주장은 국가기관의 신뢰를 뒤흔들었지만 법적으로는 입증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특정 정파에 유리한 주장을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폭로한 공직자가 권씨처럼 영웅 대접을 받는 일이 빈발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얄팍한 정치적 계산에 눈이 어두워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 이 나라 제1 야당의 현주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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