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왕립 셰이크 할리파 전문병원을 5년간 위탁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한국의료산업의 본격 해외진출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의료기술·의료진·정보시스템 등 병원운영 체계 전반을 해외 3차병원에 이식하는 국내 최초의 ‘병원 수출’이다. 2015년 개원 이후 5년간 약 1조원의 운영예산을 지원받아 수수료를 얻는 것은 물론 전체인원 1420명의 약 20%를 국내에서 보내 운영수익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이루게 됐다는 사실에도 눈길이 간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 환자를 국내에 유치하는 ‘인바운드’ 의료관광의 진흥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이번 병원 수출을 계기로 무게 중심을 ‘아웃바운드’, 즉 의료산업의 해외 진출 쪽으로 옮기는 정책적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은 인구 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성인병 확산, 복지 요구 증가 등으로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인력을 이 지역에 대대적으로 수출해 서로 윈-윈(win-win)할 조건이 무르익고 있는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한국의 의료·병원운영 시스템을 일부 도입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병원뿐 아니라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의과대학·치과대학·간호대학 등에 대한 현지 수요도 늘고 있다. 앞으로 대학과 종합병원을 패키지로 연결한 대규모 의료플랜트를 현지에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의료 수출은 설계와 파이낸싱, 건설과 운영을 결합한 고부가 융복합형 산업이다. 잘만 키우면 한국의 차세대를 책임질 미래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교육계는 인력양성 등 의료산업 국제화를 위한 중장기전략을 세우고 이를 지원할 범정부 지원부서와 민관 상설협력기구를 설치해 더욱 효율적인 해외진출을 꾀해야 한다. 이번 수주는 정부가 현지 파병, 국가원수 방문 등을 통해 UAE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데 따른 성과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문화적·인적 교류 확대를 비롯한 대중동 외교 활동을 전략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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