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송모씨를 청부 살인한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 서울시의원은 송씨 소유 토지의 용도를 변경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뇌물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현금 5억2000만원과 7000만원어치 술접대를 받은 것은 송씨 소유의 서울 강서구 땅을 근린생활시설에서 상업지구로 변경해주는 것을 전제로 받은 대가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서울시의 건축 관련 부서와 위원회를 관할하는 시의회 상임위원회인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인 동시에 서울시 산하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수백~수천억원대 이권(利權)이 왔다갔다하는 토지 용도변경 문제를 최종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지방 의원은 지자체 예산을 심의하면서 공무원과 위원회 위원들의 비리와 부정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김 의원은 시 도시계획위 위원을 겸직하면서 업자들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작년 4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244개 자치단체 산하 1만8207개 위원회 가운데 48%인 8736개 위원회에 지방의원 1만2812명이 위원직(職)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93.1%는 지방의회 소속 상임위가 관할하는 시 위원회 위원이었다. 의원 1인당 3.5개씩 위원회에 겹치기로 참여해 정부의 인허가 업무에 직접 간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지방의원들이 도시계획위원회처럼 알짜 위원회에 서로 들어가려고 다투기 일쑤다. 업자나 공무원들과 유착해 비리를 저지르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 도시계획위원 출신인 전직 시의원이 철거업체로부터 뒷돈을 받다 구속됐고, 여수시 경관(景觀)자문위 위원을 맡은 시의원들은 조명업체가 준 뇌물을 공무원들과 나눠 가졌다가 사법처리됐다.
정부는 2011년 지방의원이 정부 위원회 위원을 겸직해서는 안 된다는 시행령을 만들고 세부 사항은 각 지방의회가 조례로 규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이 반발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조례를 제정한 곳은 60여곳에 불과하다. 지방자치 제도가 부활한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지방의원 1230명이 임기 중 뇌물수수, 선거법 위반 같은 비리로 사법처리됐다. 지방의원들 스스로 자정(自淨)할 의지가 없다면 강제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 국회와 정부는 지방의원의 겸직 금지를 강제하는 법을 만들어 지방의회가 토착 비리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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