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 2곳에서 벌어진 회사 돈 횡령 혐의 등을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고발했다. 조현문씨는 효성그룹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이 회사들의 명목상 대표를 고발했지만, 실제 내용은 형과 동생의 배임·횡령 혐의를 밝혀 처벌해 달라는 것이다. 조현문씨는 아버지 조 회장은 물론 형·동생과 갈등을 빚다가 작년에 보유 지분(持分)을 매각하면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동안 재벌가 사람들이 경영권이나 상속 재산 문제로 다투다 검찰·법원에 몰려가 보기 민망한 싸움을 벌이는 일이 많았다.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와 이건희 삼성 회장이 험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상속 재산 소송을 벌였다. 검찰 수사를 받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형인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을 '수사를 불러온 배후'로 지목하며 갈라섰다. 두산그룹에선 2005년 박용오 전 회장이 동생인 박용성 회장의 취임에 반발해 투서를 넣으면서 두 사람 다 처벌받았다. 현대·한진·롯데·한화·동아건설에서도 오너 형제들끼리 이른바 '형제의 난(亂)'을 벌였다.
재벌가 분쟁은 우리의 전근대적인 상속 제도와 함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세계 500대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가족 기업이지만 우리 재벌처럼 아들·딸·사위·손자·손녀에 이르기까지 오너 일가가 총출동해 기업에서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은 5대(代)를 내려오면서 철저한 능력 검증을 거쳐 오너 가문에서 2명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 가족 기업들도 오너 일가는 지분에 따른 배당만 받는 곳이 많다.
지금은 기업들이 꺼져가는 경제의 성장 엔진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모자랄 때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가 형제들끼리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 국민들 사이에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러다간 언제 무슨 역풍(逆風)을 맞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재벌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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