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9일 수요일

경향_[사설]‘최경환표 경기부양’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경제팀이 바뀌면 국민들은 기대를 갖기 마련이다. 기존 경제팀에 실망했을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어제 열린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는 새 경제팀의 밑그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좌고우면에 잡다한 정책만 나열했던 현오석 경제팀에 지친 터라 큰 틀의 정책 비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나온 것은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경기부양 성격의 지엽적인 정책에 불과했다. 

최 부총리 후보자는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미약하고, 서민경제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회복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지만 하루하루가 고단한 국민들로서는 백번 공감하는 말이다. 하지만 처방전은 공감과 거리가 멀었다. 

최 후보자는 우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얘기했다. 미래소득이 예상되는 젊은 층과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고령자들에게 대출여력을 늘려줘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경제가 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시도다. 소비자들이 주택 구입을 꺼리는 것은 대출규제가 아니라 미래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특히 주택대출액 중 70%가 이자만 납입하고, 차주의 절반 이상이 고령자인 상황임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문제만 심화시킬 게 뻔하다. 추경 가능성을 언급하고 금융통화위원회에 넌지시 금리인하 사인을 보내는 것도 적절치 않다. 요즘 여러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3%대 후반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을 단행하고, 금리를 내리는 국가는 드물다. 금리인하의 경우 주택대출 완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과 맞물리게 되면 경제 전반을 강타하게 된다. 추경 역시 재정건전성을 감안하면 신중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의 내수 부진은 세월호 참사 같은 단기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저출산·고령화, 교육비 부담, 미래 불안감 등이 가계를 짓누르면서 지갑을 닫게 하는 것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어제 2040세대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분의 2는 성장보다 분배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를 감안하면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은 경기부양보다는 가계재정 건전화 쪽으로 옮기는 게 옳다고 본다. 조세정책 역시 세수부족이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카드혜택을 줄이는 식의 ‘찔끔 정책’이 아니라 전체를 들여다보고 다시 설계해야 한다. 최 후보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실세로, 추진력이 최대 강점이다. 그 추진력에 한국경제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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