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7일 월요일

경향_[사설]동북아 평화 위해서도 남북대화 필요하다

지난주 한·중 서울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가운데 하나는 동북아에서 한국의 위치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핵 문제와 같은 주요 현안에서 한국 입장에 다가서지 않으면서도 한국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 나름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 이례적인 한국 단독 방문을 통해 한국인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껏 과시했다. ‘의리’ ‘친척’ 같은 감성적 용어의 사용 때문에 시 주석의 방한은 국가간 이해득실을 따지는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마치 이웃의 정을 나누기 위한 것 같은 분위기도 자아냈다. 

기존 관계에 비춰볼 때 과도해 보이는 이런 친밀성은 미국으로부터는 의심을, 일본으로부터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중국에 대해 경쟁과 협력을 하는 미국, 중국과 갈등하는 일본은 한국이 중국 쪽이 아닌, 미·일 동맹의 편에 확고히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양측이 한국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은 그리 나쁜 구도는 아니다. 오히려 양측 사이에 전략적 균형을 취하며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물론 미국이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 동북아에서 역할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재등장, 중·일 갈등, 북·일 관계 개선, 남북 관계 단절 등 한국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도 적지 않다.

이렇게 긍정적, 비관적 요소가 공존하며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이지만 다행히도 한국은 과거 동북아에서 영토적 야심을 보였던 중·일과 달리 평화를 주도할 수 있는 유리한 역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국면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동북아의 복합 갈등을 해소할 지렛대도 갖고 있다. 바로 북한문제이다. 얽히고설킨 동북아 갈등의 핵심은 바로 북한문제이고 그것은 한국이 아니면 풀 수 없다. 불안정한 동북아가 한국의 주도적 외교에 의해 평화와 안정의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북한 문제 돌파구 마련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마침 북한은 지난달 말 국방위원회 명의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특별 제안을 한 데 이어 어제 이례적으로 조선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인천 아시아 경기 대회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남북관계 개선도 촉구했다. 최근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선전용 대화 공세로 치부할 수도 있다. 성명은 정부가 불편하게 여길 수 있는 대북정책 비판도 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진정성이니 절차니 대표 자격이니 하는 문제로 시비할 때가 아니다.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 휩쓸려 갈 것인지 이끌어 갈 것인지의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략적 사고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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