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이 정치관여 혐의로 형사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들은 조만간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 12월 중간수사결과 발표 당시 이 사건을 이모 전 심리전단장의 ‘개인적 일탈’로 결론짓고, 국방부 장관과 두 전직 사령관에게 면죄부를 줬다. 그러더니 몇 달 만에 손바닥 뒤집듯 수사 결과를 바꾼 것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두 사람을 지난달 입건하고도 쉬쉬해온 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진실을 감추고 국민을 기만할 생각이었나.
국방부는 두 전직 사령관을 입건함으로써 당초 수사가 부실·축소수사였음을 자인했다. 어떻게든 ‘꼬리’를 잘라보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전 단장이 기소된 뒤 그의 공소장을 통해 전직 사령관들의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 공소장에는 이 전 단장이 매일 사령관에게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이슈를 보고한 뒤 사령관의 ‘결심’을 받아 부하들에게 댓글 활동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적시돼 있다. 또 심리전단 요원들이 작성한 ‘정치 관련 글’과 ‘정치 관여 글’ 규모도 중간 수사결과보다 2~3배 많다는 사실이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두 전직 사령관의 형사처벌은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 남은 과제는 그 윗선의 실체를 파헤치는 일이다. 우선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개입 여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사이버사령관까지 관여한 조직적 대선개입을 국방장관이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최소한 지휘 책임이라도 지워야 마땅하다고 본다. 사이버사와 국가정보원의 공모 의혹, 청와대 보고 및 지휘 여부도 밝혀내야 한다. 이미 꼬리 자르기에 실패한 국방부가 또다시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가는 국민의 분노만 키우게 될 것임을 경고해둔다.
군은 최근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고에서 거짓 해명과 부실 대응으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다. 범인 임모 병장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가짜 임 병장’을 동원했다가 들통이 났다. 범인과 교전 중 다쳤다던 소대장은 당초 발표와 달리 아군의 오인사격으로 부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사는 군이 지금 신뢰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에서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신뢰 회복의 길은 더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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