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쇼크 여진이 크다. 원화 강세의 여파로 다른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부진 전망까지 가세하면서 당장이라도 한국 경제가 결딴날 것 같은 위기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한국 대표기업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것은 우울한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대기업에 목을 매온 한국 경제의 맹점이 확인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확인한 것은 위안거리다.
우선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혁신이 무뎌진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애플의 아이폰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기민성, 창의성 등은 요즘 들어 눈에 띄지 않는다. 신형 갤럭시 휴대폰의 판매와 태블릿PC의 시장 지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중저가로 변해가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지도 못했다. 2분기 영업이익 7조2000억원이 대단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이는 ‘추격자’ 시절의 얘기고, ‘선도자’가 된 지금의 의미는 다르다. 5년 전부터 시작한 자동차용 부품, 의료기기 같은 신수종 사업도 감감무소식이다. 일주일에 기업 하나씩을 사냥하며 새로운 시장 창출에 혈안이 된 구글 등과 달리 현금 60조원을 쌓아놓고 덩치 큰 공룡으로 화석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삼성은 광고에서 ‘다음 혁신은 여기’라고 말하지만 구입자들의 행렬은 줄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충고는 귀 기울일 만하다.
한국 경제의 취약한 구조도 여실히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상장기업 전체 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거둘 만큼 독보적이다. 기침하면 한국 전체가 감기에 걸린다. 당장 삼성 계열사와 협력사들의 실적이 반토막나면서 충격파를 던졌다. 굳이 노키아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국가 경제가 특정 기업에 휘둘릴 경우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수출 대기업의 실적 경계감 때문에 벌써부터 원화 강세 용인 등의 얘기가 나도는 모양이지만 이는 근시안적 정책이다.
근본적으로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삼성의 신수종 사업만 하더라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한 품목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 발전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갑을관계 등 잘못된 거래 관행을 끊는 경제민주화가 절실하다. 중소기업 육성과 동반성장의 결과물은 단기간에 나오지 않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다. 기형적인 우리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 없이 경제활성화만 외치는 것은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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