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9일 수요일

미디어스_어떤 언론이 삼성에 가장 친화적인가?

8일 삼성전자 2분기 실적 발표로 증권가가 ‘어닝쇼크’에 빠져있는 가운데 9일 이를 보도한 언론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특히 보수지들은 <중앙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순으로 삼성에 친화적인 보도를 했다.
  
▲ 동아일보 9일자 지면.
<동아일보>는 9일 종합 8면 <수출악화 우려가 현실로…중기 이어 대기업까지 직격탄>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등 대기업 들이 직면한 위기가 임계점을 넘은 원화강세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미 지난 4월 삼성전자가 하반기 환율변동 리스크 등을 언급하며 영업이익 저하 등의 우려를 내놓은 바 있는데 그게 현실화 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의 대기업도 마찬가지 리스크를 안고 있어 전망이 어둡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 동아일보의 9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삼성전자까지 먹구름, 최경환 경제팀 ‘위기’ 직시하라> 제하의 사설을 통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정식 임명될 경우 경제살리기를 최우선으로 삼아 실현 가능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논리를 들이댔지만 결국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졌으므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 중앙일보 9일자 지면.
같은 날 <중앙일보>의 지면은 이와 같은 논리를 1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9일 <중앙일보> 1면 탑 기사는 <중국 IT 군단의 대공습>이란 제목이 붙여져 있다. 국제 경제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제목이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의 첨단산업으로부터 추격당해 ‘넛 크래커’가 된 데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 기사에 의하면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삼성전자 때문이 아니라 중국 기업들 때문이다.
  
▲ 중앙일보 9일자 지면.
<중앙일보>의 4, 5면에는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고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IT서비스들이 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까지 넘보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에 이어 ‘제조업 국가대표’인 현대차까지 이들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녹아내리는 중국 오성홍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포그래픽이 지면 상단에 배치돼 섬뜩함을 더한다. 2~3년 후에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때문에 정부가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같은 투자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펴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게 이 기사들의 결론이다.
  
▲ 중앙일보의 9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이 날 <한국 경제의 민낯 드러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란 제하의 사설을 통해 사실상 삼성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중앙일보>는 이 사설을 통해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히려 소폭 올라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삼성전자의 부실한 실적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므로 충격적이라고 평했다. 이 사설에 따르면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원인은 원화강세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인데 전자는 국내 대기업들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이고 후자는 중국 등 후발주자와 선진국 사이에 낀 대기업들의 대외 리스크를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도 시장을 선도할 혁신을 해야겠지만 한국경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즉, 세련된 논리지만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번 어닝쇼크가 삼성전자에게 큰 책임이 있거나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뭐가 됐든 대기업들을 살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이와 같은 보도 행태는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에 대해 기업 스스로의 책임을 묻기 보다는 정부의 배려를 촉구하고 있다는 데에서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 과거 박정희 정권 등에서 금융 지원과 사채 동결 조치 등을 통해 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부추긴 정책이 이후에 큰 경제적 문제로 대두되는데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가 바로 이런 상황을 유도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특히 삼성그룹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앙일보>가 삼성전자를 교묘하게 방어하면서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은 언론윤리를 저버린 행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 조선일보 9일자 지면.
반면, 우리가 언제나 극우적이며 보수적 논조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조선일보>의 경우 앞의 두 신문과 다소 다른 관점의 보도를 해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는 3면 <스마트폰 실적에 출렁…한국경제 ‘삼성 쏠림’ 벗어나야>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 문제를 다뤘다. 기사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 원인으로 원화강세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을 꼽아 다른 신문과 차이가 없는 분석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한 대안에 있어서는 취약한 경쟁력의 대기업들에 대한 배려를 주장한 다른 신문과는 달리 우리 경제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 날 <‘스마트폰 이후’가 깜깜한 삼성과 한국경제> 제하의 사설을 통해 또 이 문제를 다시 다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삼성의 실적부진은 스마트폰 편중 때문인데, 이건희 회장의 장기 입원 덕에 신제품 개발 소홀과 판매 실적 하락 문제가 더 커졌다. 삼성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지는데 국가경제에서 삼성이 점유하고 있는 비율은 지나치게 높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결론의 문장은 위 두 신문의 문장과 비슷하지만 앞서 제기된 맥락과 연결지어 볼 때에는 상당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조선일보>는 최소한 삼성의 책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 조선일보 9일자 사설.
<조선일보>의 이와 같은 ‘중도적’ 문제제기는 삼성그룹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앙일보>를 상당히 의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 이전에도 <조선일보>는 삼성과 관계된 보도에 있어서는 평소 고수하고 있는 극우적 논조에 맞지 않게 중도적 관점을 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의도야 어떻든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편드는 기사를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언론 윤리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분기별 영업이익을 7조 이상 내는 기업이 세계적으로도 많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삼성전자라는 기업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얘기다. 위에서도 지적했듯 ‘어닝쇼크’가 삼성전자의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3분기에는 실적이 나아지리라는 것을 장담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볼때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이 한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 경제의 삼성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는 게 바람직하지 삼성에 뭘 더 배려해줘야 한다는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주장을 오직 업계의 사정 때문에 <조선일보>만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건 오늘날 우리 언론이 처한 씁쓸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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