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10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가 얼굴을 맞댄 것은 작년 9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사회부총리 후보자와 문화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라고 요청하자 박 대통령은 "참고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수습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고 야당은 "8월 국회까지는 모두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회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했고 야당 측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과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 간의 만남이 시종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져 아무 합의도 내놓지 못하고 정국을 더 악화시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야가 밝힌 회담 내용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건 박 대통령이 먼저 여야 원내 지도부와의 정례(定例) 회동을 제안한 것이다. 야당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재임 1년 반 동안 야당 지도부와 만난 게 이번을 포함해 두 번밖에 되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 같은 국가적 재난 사태가 일어나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초당적 수습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상황에서도 야당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 야당이 '불통(不通) 청와대' '정치를 포기한 게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낼 만했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먼저 야당 지도부에 정기적으로 만나자고 제안한 것은 분명 눈에 띄는 변화다. 박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는 것이 정치를 복원시키는 첫걸음이다.
야당 일각에선 회담 결과를 두고 "재·보선 직전에는 대화가 아니라 정권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비판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치의 절반의 책임은 야당에 있다. 정치가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야당도 대여(對與) 대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 안팎에 부정적 의견이 있는 줄 알지만 대한민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여야와 청와대가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자주 만들어지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일"이라고 한 것은 다수 국민의 기대와 바람을 정확히 읽은 것이다.
박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가 이날 웃으면서 만나 웃으며 헤어졌지만 국민은 이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다. "계속 만나자"는 합의가 지켜질 수 있을지 의심하는 눈길도 적지 않다. 정치권이 당장의 궁박(窮迫)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해 회담에선 그럴듯한 합의문을 만들고서도 곧바로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야는 이날 서로에게 약속한 사항들부터 차질 없이 실행에 옮김으로써 국정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번 회담마저 일과성(一過性) 정치쇼로 끝나고 만다면 청와대와 여야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공멸(共滅)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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