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SNS상에 가카 빅엿이라는 표현이 담긴 글을 게시한 판사가 있었다. 현재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서기호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서 판사는 글 게시 3개월 후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또 다른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일베저장소(아래 일베)에 여성과 518광주 희생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 6천여 건을 올렸다. 그리고 201541일부로 공영방송 KBS 기자로 정식 임용됐다.
 
  ‘표현의 자유직업의 자유’, 이 두 가지 헌법적 가치가 두 남자의 이야기를 관통한다. 서기호 판사는 문제가 된 가카 빅엿을 방통위의 SNS 심의 규제를 비판하는 글에 인용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판사 신분임에도 서 판사는 법과 국가 기관의 권력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려는 행태에 맞섰다. 그 결과, 재임용 평가에서 현저히 불량한 근무성적이라는 통보와 함께 대한민국 법관의 자리를 박탈당했다.
 
  KBS 기자로 임용된 일베 기자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보다 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표현의 자유를 위태롭게 했다. 일베의 혐오 발언을 규제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데 일조한 것이다. 일베 기자는 익명의 벽 뒤에 숨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유 없는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 ‘여성 생리대 발언성매매 여성 비하 발언등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는 말이었다. 일베 기자는 수습기간 동안 그간의 배설을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용서를 구했다. 아무도 용서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는 공영방송 기자가 됐다.
 
  가카 빅엿은 국가 권력에 비판의 뜻을 함축적으로 담아 전달하기 위한 단어였다. 그러나 일베 기자가 인터넷상에 흩뿌린 글은 대부분 특정 집단을 혐오하는 목적을 담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혐오한 집단이 사회적인 보호와 관심을 받아야 하는 소수약자였다는 것이다. 충분한 결격 사유가 있음에도 KBS는 채용 전형을 통과한 기자를 해고하지 못했다.
 
  언론학자 존 메릴 교수는 저널리즘 원칙으로 진실성, 비편향성, 완전성, 공정성의 앞 글자를 딴 TUFF원칙을 제시했다. KBS 일베 기자가 이 원칙으로 저널리즘 행위를 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간 배설6천 여 개의 게시물이 공영방송 기자의 책무를 다하지 못할 것을 인증한다. 지금 일베 기자는 사회2부로 배치된 입사 동기들과 달리 남북교류협력사업단에 자리를 받았다고 한다. 기자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준다.
 
  헌법은 분명히 직업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으나 직업 자유의 제한에 대해서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독일 헌법엔 전문성이나 기술성 같은 주관적 사유에 의한 직업결정의 제한이 있다고 쓰여 있다. 주관적 사유에 의해 서기호 판사는 재임용되지 못했다. 반면 일베 기자는 구성원들의 숱한 문제제기에도 KBS 기자가 됐다. ‘로린이발언을 한 일베 이용자는 초등 교사를 하면 안 된다. 아이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한 어린이집 교사는 어린이를 돌봐선 안 된다. 일베 기자를 해고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에게 영향을 주는 공적인 기자 책무를 수행하기엔 큰 결격 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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