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이제 새로운 접근을 할 때가 됐다.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임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예정됐다 무산된 상봉 행사의 대상자는 남측 96명, 북측 100명이었다. 그러나 그새 남북에서 각각 두 명과 세 명이 사망했다. 20일에는 감기로 거동이 불편한 김섬경(91)씨 등 두 명이 구급차로 상봉장으로 이동했다.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는 김씨의 말에 남북 당국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지금까지 12만9287명이다. 이 가운데 5만7784명이 사망했다. 2003년 이후론 해마다 평균 3800명이 운명했다. 나머지 생존자도 여든 이상이 절반을 넘어섰다. 북측 가족들은 더 절박하다. 이번 행사에서 남측은 아흔 살 이상이 25명인 반면, 북측에선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도 2000년 이래 이산 상봉은 19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연례 행사가 됐다.
이산가족 문제의 진전을 위해선 남북 간에 새로운 포괄적 합의가 필요하다. 첫째는 원칙이다. 남북이 상봉과 정치를 분리한다는 데만 합의하면 지속성은 보장된다. 남한이 남북관계에 상관없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듯 북한도 이산가족 문제에서 같은 접근을 하도록 하는 합의다. 남한은 대북 인도적 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는 등의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상봉 방식의 전면적 개선이다. 현재의 규모와 횟수로는 대다수 이산가족이 한 번도 만나지 못한다. 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상봉의 상시화나 정례화가 이뤄져야 한다. 상봉의 형식과 절차는 체제 불안감을 가진 북측이 주도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선정 때는 현재의 추첨 방식을 고령자 우선순위로 바꾸는 것이 현실적이다. 마지막은 이산 상봉 제도개선을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과 연계하는 방안이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DMZ 평화공원 구상의 구체적 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공원에 상봉 행사장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금강간 이산가족 면회소만으로는 이산가족 상봉의 규모 확대나 상시화가 쉽지 않다. 시간이 많지 않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