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는 대한민국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고스란히 드러낸 참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고가 난 체육관이 이미 안전에 경고음이 울린 상태였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같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울산 지역의 공장 건물들이 이미 지난 10~11일 23㎝의 눈으로 무너져 모두 2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문제의 리조트가 위치한 경주는 울산보다 많은 50~60㎝의 폭설이 내려 건물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이 지역에 추가로 눈이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와 언론 보도도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대규모 손님을 받은 리조트의 무책임과 안전불감증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특히 샌드위치 패널을 쓰면 짧은 기간에 쉽게 건축물을 지을 수 있어 돈을 아낄 수는 있지만 견고성이나 이용자의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고급 레저시설에 이런 연약한 건물을 지어놓고, 더구나 무거운 눈이 잔뜩 쌓인 상태에서 수백 명의 학생이 모여 행사를 벌이도록 한 것은 리조트 측의 직무유기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아울러 사고 뒤 인근 군부대까지 나서 중장비를 동원해 제설작업을 하고서도 구조대의 접근이 힘들었을 만큼 험악한 상황에서 굳이 행사를 강행한 총학생회의 강심장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은 총학이 이런 상황에서 행사를 벌인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아울러 축제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소비성 행사를 활동의 핵심으로 삼는 일부 총학생회의 그릇된 풍조도 이 기회에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학교 측의 책임도 따져 물어야 마땅하다.
이번 사고는 하필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20주년을 맞는 해에 발생해 국민을 허탈하게 한다. 대한민국은 과연 20년 전보다 국민 안전 면에서 나아졌는가 하는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어이없는 이번 사고를 보면서 안전 관련 시스템은 아직도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국민 안전’을 국정목표로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이 안전행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안전시스템 준수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불안해하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고 경위를 낱낱이 파악하고 책임자를 준엄하게 심판하는 일은 당연히 할 일일 뿐이다. 여기에 더해 재발을 막고 국민안전을 지킬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 건성건성 이전의 정책이나 재탕 삼탕 끌어 모아 대책이라고 내놓아서는 국민의 분노만 자극할 뿐이다.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대한민국의 국민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이 안전하게 사는 게 이렇게 어려워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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