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7일 월요일

중앙 [사설] 또 한국 관광객 테러, 여행사에 안전 맡겨서야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여행 중이던 한국 성지순례단 탑승 버스를 상대로 한 폭탄 테러가 일어나 한국인 3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했다. 폭탄 테러는 시나이 반도에 거점을 둔 이슬람 과격단체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이번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로 강력히 규탄한다.

 이번 테러는 정부의 대응도 도마에 올렸다. 외교부는 현재 4단계의 해외여행 경보제도를 운용 중이다. 위험 정도에 따라 전 세계를 여행 유의·자제·제한·금지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테러 희생이 일어난 시나이 반도는 3단계인 여행 제한 지역에 속한다. 외교부는 2년 전 이 지역에서 국민 3명의 피랍사건이 발생하자 여행 경보를 한 단계 올렸다. 긴급 용무가 아니면 귀국하고, 가급적 여행을 취소·연기해줄 것을 권고했다. 문제는 정부가 여행지의 치안 상황에 맞춰 신축적으로 경보 단계를 조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시나이 반도는 2011년 이집트 시민혁명 후 치안이 악화돼 왔다. 지난해 이슬람 원리주의자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된 뒤에는 아예 이슬람 성전의 근거지가 되면서 크고 작은 테러가 끊이지 않았다. 치안 악화에 맞춰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 지역은 관광 성수기인 1~2월에 한국 성지순례단이 2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국민 스스로도 해외여행 안전의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한 해 해외 관광객 1500만 명(지난해 1484만 명) 시대를 맞아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인식이 긴요하다. 이번에 성지순례를 떠난 충북 진천중앙교회 관계자는 시나이 반도가 여행 제한 지역인 줄 몰랐다고 했다. 중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지구촌 테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영리가 우선인 여행사의 판단에만 안전을 맡길 순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TV 등을 통해 해외 안전 여행과 직결된 해외 테러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나이 반도 테러 희생이 해외 안전 여행에 대한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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