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환경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규제 완화 메시지를 던졌다. 환경 규제가 기업활동과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으므로 대폭 완화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환경 정책이란 규제를 기본으로 하는 것인데, 규제를 풀라고 하면 무슨 정책을 어떻게 입안해서 환경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 심히 의문스럽다.
박 대통령은 “개구리가 사는 호수에 우리는 그냥 돌을 던지지만 개구리에게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라며 “현실에 대한 고민없이 규제를 만들었을 때 기업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 규제를 호수에 무심코 던지는 돌에, 기업은 그 돌에 맞아 죽는 죄없는 개구리에 비유한 셈이다. 안일한 공무원의 탁상행정을 우화에 빗대어 꼬집은 것이겠으나, 환경부 공무원들로선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내년 업무보고 때는 환경 규제가 확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기업과 국민 사이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도 했다. 기업으로부터 “규제 완화 잘했다”는 반응을 얻어내야 하는 숙제가 환경부에 주어진 셈이다.
기업은 대부분의 정부 규제를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여기는 게 보통이다. 새로운 규제가 추진되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엄살을 피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과거 환경영향평가법이 시행될 때도 그랬고,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이 강화될 때도 그랬다. 하지만 정부가 환경기준을 꾸준히 강화해오지 않았다면 기업 경쟁력은 갈수록 도태되었을 것이고,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9위의 경제강국이 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꼭 필요한 규제는 반드시 지키고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라”고 했는데, 산업계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앞에 둔 환경부가 옥석 구분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사실 대통령의 뜻을 파악한 환경부는 한발 더 나가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 앞에서 “환경 규제를 개혁하여 창조경제를 견인하겠다” “규제를 수요자 눈높이에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 “통합환경관리제를 시행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환경부가 아니라 규제완화부, 환경경제부를 보는 느낌이다.
환경부는 환경오염으로부터 국토와 국민을 지켜주는 파수꾼 역할로서 존재의 의미가 있다. 그동안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아직 우리나라의 환경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한참 더 강화해야 할 환경보호 정책이 박근혜 정부 내내 후퇴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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