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9일 수요일

중앙 [사설] 선행학습 금지, 혼란 없는 교육정상화 출발점 돼야

그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일명 선행학습 금지법은 학교 등 공교육 기관과 학원 등 사교육 업체의 선행학습 조장 행위를 규제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교육부는 이 법안을 두고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이라고 자평하고 있으나 선진국에선 유례가 없는 법안이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법안엔 초·중·고교생이 자발적으로 한 학기, 길게는 몇 년을 앞당겨 미리 공부하는 걸 봉쇄하려는 내용은 없다. 따라서 우수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우려는 크지 않아 보인다. 법 제정 취지대로 학교가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내는 건 그 자체로 온당하지 않다. 학생은 제 학년과 제 수준에 맞게 배울 권리를 갖고 있다. 대학 역시 고교교육의 안정화라는 차원에서 논술 등의 문제를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하는 등 공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규제의 실효성 확보에 있다. 수많은 공교육 기관이 출제하는 시험이 교육과정 범위 안에 있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시·도교육청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 학교의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학교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선행학습의 개념이 교육당국은 물론 교사·학부모·학생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영재학교나 과학고 등 일부 학교는 대학과목 선이수제(AP과정)를 두고 있다. 이처럼 고교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학교마다 교육과정의 범위나 심도가 서로 다르다. 교육 수요자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무엇이 선행학습이고,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는지 좀 더 상세한 정리가 필요하다. 특히 선행학습을 주로 조장하는 건 사교육 업체인데도 법안은 학원의 선행학습 광고만을 규제하고 있다. 이 정도 규제로 사교육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바라는 건 공교육의 내실이다. 학교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굳이 선행학습을 찾아갈 이유가 없다. 선행학습 금지는 단기적 대안일 뿐이다. 해법은 공교육의 질 향상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