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기상이변은 서남해 전복양식장 매몰, 우면산 산사태, 서울 강남역 주변 침수 등 우리 국민을 놀라게 했던 수많은 재해의 원인이 돼왔다.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에도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러한 기상 재해가 더욱 심하게,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기상상황 변화에 맞춰 각종 안전기준을 새롭게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특히 건물이 지탱하는 눈 하중과 이에 따른 설계 기준 등은 과거의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로 마련된 것이다. 이미 그 기준들이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만큼 새로운 기상상황에 맞춰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흔히 ‘기후변화 적응 안전대책’이라고 부른다. 현재 일부 부처에서 검토를 시작했지만 최근 관련 재해가 갈수록 빈발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보다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행동이 절실하다. 특히 국민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건설안전 분야부터 즉각적이고도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전반적으로 고르게 변화하는 게 아니라 들쑥날쑥하면서 예측 불허라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특징은 안전에 대한 접근방식의 변화까지 요구한다. 예를 들어 전체 강설량이 줄더라도 특정 기간·지역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집중 폭설이 쏟아지는 만큼 설계 기준 역시 최악의 상황에 맞출 수밖에 없다.
눈뿐만 아니라 수퍼 태풍도 마찬가지다.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한반도로 접근하는 태풍의 강도·진로·패턴 등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태풍의 강도가 세진 만큼 재해대책의 수준도 올라가야 한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여름철 집중 호우나 산사태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도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빗물이 빠져나가는 하수관 지름 기준을 정할 때에는 그간의 강우량은 물론 최근 변화한 강우 패턴과 주변 지역의 빗물 흐름까지 새롭게 감안해야 한다.
경주의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는 단발 사건이 아니다. 단순히 인재(人災)로 돌려서도 안 된다. 넓게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천재지변이 언제든지 우리에게 닥쳐올 수 있다는 경고다. 이번 참사를 범정부적 차원의 ‘기후변화 적응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토목·건축과 리스크 관리 분야 전문가는 물론 기상학자·환경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후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안전 기준을 구축해야 한다. 철저한 사전 대비만이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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