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9일 목요일

중앙_[사설] 안행부 개편안 후퇴, 관료 저항 때문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직접 밝혔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 8일 만에 바뀌게 됐다. 청와대는 지난 27일 안전행정부의 인사·조직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혁신처로 이관하기로 했던 방침을 바꿔 조직 기능은 안행부에 두기로 했다. 각 부처의 정원 조정과 조직 신설을 승인하는 이 기능은 안행부의 대표적 권한이었다. 이로써 안행부는 막강한 권한은 계속 휘두르면서 책임질 일이 많은 안전 업무만 신설될 국가안전처에 넘기게 됐다. 게다가 청와대는 애초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던 안행부와 일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개편안을 변경했다니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안전 분야를 책임지는 안행부의 개편은 청와대의 개혁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랄 수 있다. 따라서 관료에 의한 셀프개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박 대통령은 ‘조직을 보호하려는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조직적으로 개혁에 저항해 원래의 권한을 유지하려는’ 세력을 엄단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안행부 개편에서 이런 원칙이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

 청와대는 행정 혁신과 관료 기풍 재정비에 대한 의지가 무뎌진 게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논의를 공론화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 중대한 과제를 청와대 내부에서 일부 의견만 모아 결정해선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방식으로는 행정개혁에 대한 관료집단의 집단저항에 은연중에 휘둘리기가 쉽다. 행정 개혁을 오히려 기회 삼아 자리와 권한을 늘리려는 관료집단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청와대가 특히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정부조직 변경은 결국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각계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국민적 지혜를 모으는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조직 개편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공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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