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5일 일요일

조선_[사설] '김기춘 청와대'가 논란되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새 총리로 내정하고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을 경질한 데 대해 야당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교체 없는 인적 쇄신은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대통령이 총리의 제청을 받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내각과는 달리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직은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골라 쓸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국정 운영 현실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의 영향력은 정부 부처 장관들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이들이 대통령과 내각, 대통령과 국민을 이어주는 다리로서 얼마나 제대로 된 업무 역량과 정치력, 소통 능력을 발휘하느냐가 대통령의 성패(成敗)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청와대가)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 정권 출범 5개월여 만에 김기춘 비서실장을 새로 기용하는 등 수석급 10명 가운데 절반을 바꿨다. 그렇게 출범한 '김기춘 비서실'이 지금까지 경제 활성화나 고용·복지 같은 핵심 정책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수석비서관들의 대통령 말 받아쓰기는 국무회의장 풍경과 다를 게 없었고, 김 실장은 내내 "왕(王)실장으로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가 세월호 사건 발생 뒤 구조와 수습을 좀 더 원활하고 면밀하게 조정하는 지휘력을 발휘할 수 없었느냐는 아쉬움도 크다. 청와대에선 "우리는 재난 구조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이 책임 회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결과로 대통령이 여섯 번이나 국민 앞에 사과해야 했다.

큰 사건·사고 때마다 내각을 전면 개편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후진적이다. 그런데도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은 오로지 정부에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고 국민에게 새 출발의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청와대 개편이 없다면 국민이 '달라진 대통령' '달라진 정권'을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김 실장을 유임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박 대통령 스스로 정권 내 언로(言路)를 열고 '대통령 혼자만 보이는'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꾼다는 전제 없이 김 실장 체제만 그대로 유지한다면 정부 개편의 효과는 곧바로 반감될 것이다. 이미 김 실장이 안 총리 후보자의 검찰·대학 직계 선배라는 점에서 과연 책임총리제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 공무원 사회에선 청와대가 모든 인사권을 행사해 숨도 쉴 수 없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있고, 김 실장이 그런 청와대의 얼굴이 돼 있다. 김 실장도 왜 자신이 이런 논란의 표적이 됐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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