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9일 목요일

경향_[사설]6분 화재에 29명 사상자 낸 장성 요양병원 참사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참사가 또 발생했다. 불은 어제 0시27분 병원 별관 2층 남쪽 끝 다용도실로 사용하던 3006호에서 시작돼 0시33분 소방대원에 의해 진화됐다. 불과 33㎡를 태우고 6분 만에 꺼진 불에 이처럼 많은 사상자가 난 것은 유독연기가 삽시간에 내부에 퍼져 거동이 어려운 데다 깊이 잠든 치매·중풍 환자들을 덮쳤기 때문이다.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고양버스종합터미널 화재가 일어난 지 사흘도 안돼 똑같은 유형의 참변이 환자를 가장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병원에서 다시 일어나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과 안전시스템의 부실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병폐인지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다. 경찰이 80대 치매환자를 방화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 무엇보다 병원 측의 환자 및 안전 관리 부실 가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재 당시 병원에는 의료인 12명과 관리직 3명 등 총 15명이 당직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야간·휴일에 최소 24명을 배치한다는 병원 측의 자체 화재대응 지침보다 9명이나 부족한 인원이다. 이들 15명이 화재가 난 별관 건물의 환자 79명을 신속히 대피시키기에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불이 난 별관에는 간호인력 3명뿐이었다고 한다.

병원 구조나 설비도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본관과 별관 모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서 제외돼 있는 것부터가 문제다. 복도 쪽으로는 블라인드로만 가려져 있고 창문은 방범틀로 외부와 차단된 별관 2층 병실의 구조도 인명 피해를 키운 중요한 요인이다. 연기는 순식간에 병실로 들어가게 하면서 환자의 대피와 구조대의 접근은 어렵게 만들어놓은 셈이다. 그 바람에 사상자 대부분이 34명이 입원한 2층 병실에서 나왔고 불을 끄던 간호조무사까지 희생되고 말았다.

장성 요양병원 참사는 세월호 사고 이후 실시된 안전점검마저 유명무실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자아낸다. 이번달만 하더라도 병원 측은 보건복지부의 지시에 따라 지난 9일 자체 안전점검을 마쳤고, 지난 21일에는 지자체 안전점검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 결과 모두 이상이 없다고 했다는 것 이다. 안전사고의 직접적인 원인과 그것이 참사로 발전하는 과정, 그 구조적 요인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사고가 날 때마다 똑같은 문제들을 확인하는 일을 도대체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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