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다. 여러 길 중에서 가장 나쁜 길, 죽는 길만 골라서 간 꼴이다. 세월호가 사고 직후 제주와 진주 두 관제센터와 교신하면서 초기 43분을 허투루 보낸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공개한 일부 교신내용을 보면 세월호는 세월호대로, 관제센터는 관제센터대로 안일하게 판단하다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이 대목에서 이것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되었다면’ 하는 순간은 그야말로 도처에 있다. 첫번째 비극은 세월호가 선체에 이상이 생기자 가까운 진도가 아니라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신고한 사실이다. 진도해역을 지날 때는 진도 VTS에 출입 보고를 해야 함에도 인천에서 출항할 때 목적지인 제주에 채널을 맞춰놓고는 채널 수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사고 신고를 엉뚱한 곳에 하는 바람에 금쪽같은 초기 12분을 날렸다.
진도관제센터가 세월호 사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관제센터의 최우선 역할은 관제구역 내 선박의 동정을 파악하는 일이다. 보고가 없다고 해서 어느 배가 관할 해역을 지나는지도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팔짱만 끼고 있다면 관제센터로서 존재의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진도 관제센터는 제주의 연락을 받고 난 뒤에서야 세월호를 찾았다. 진도 관제센터를 운영하는 해경이 그동안 교신내용은 물론 교신 사실 자체를 쉬쉬 해온 까닭이 이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와 진도관제센터의 마지막 교신상황은 되짚어보면 볼수록 천추의 한(恨)으로 남는다. 교신이 이뤄진 31분 동안에라도 선장의 올바른 판단과 신속한 조치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참사는 막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세월호는 배 안에 물이 차올라 사람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보고하면서도 승객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리는 데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적거리기만 했다.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입히라는 관제센터의 권고에 “선내 방송이 불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구조 경비정이 언제 도착하느냐고 묻고는 그 시간에 맞춰 자신들이 먼저 배에서 나와버렸다.
침몰하는 세월호가 비상 버튼과 비상 채널을 끝까지 사용하지 않은 것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비상 버튼만 눌렀다면 인근 선박에 자동으로 조난신호가 갔을 것이고 비상 채널을 이용했다면 인근에 있는 모든 선박에 교신내용이 한꺼번에 전파됐을 것이다. 위기발생 시 행동요령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교육 훈련을 받았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결과를 보면서, 인천에서 출항한 이후 세월호가 또 어디와 어떤 내용의 교신을 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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