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어제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고한 동맹관계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간 평화의 길을 걸어왔다면서 앞으로도 역내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정상이 언명한 바와는 달리 지금 동북아는 평화롭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가 이렇게 갈등 상태에 처했던 적은 없다. 미·중 갈등에 한·일, 중·일 갈등이 중첩되면서 동북아는 불안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는 점을 발표, 미·일동맹 강화를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할 것임을 과시했다. 이는 미·일동맹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감추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다. 센카쿠를 핵심 이익으로 정의하고 있는 중국이 반길 수 없는 회담이다. 한국도 다른 이유로 환영하기는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전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춘제에 당당히 공물을 바치는 도발을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국빈방문을 통해 이같이 적극적인 갈등 해결 의지가 없는 아베 정권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과시했다. 동북아 갈등의 원인인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는 거론하지도 않았다.
미·일동맹이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이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한국은 거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 문제’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그로 인해 갈등이 지속된다면 미·일동맹 강화는 동북아 평화·안정과 어긋날 수 있다. 동맹 강화를 통한 재균형은 일본이 중국·한국과 대립하는 방식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방문으로 그 문제를 미봉하려고 하지만 그런 제스처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은 미·일동맹만으로는 안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중·일 갈등의 원인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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