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3일 일요일

경향_[사설]연이은 학교폭력 사망, 정부대책은 어디 갔나

진주의 한 사립고에서 불과 열흘 사이 학교폭력으로 2명의 학생이 잇따라 숨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망사건이 일어난 장소도 학교 교내와 기숙사였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학생 관리를 맡은 학교는 도대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이 지경이라면 어느 학부모가 학교를 믿고 학생을 보낼 수 있겠는가. 3년 전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등장한 뒤 교육당국이 내놓은 종합대책만 5~6차례에 이른다. 학교폭력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잦아들자 당국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이번 사고는 우발적인 다툼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경찰 조사결과 지난 11일 이 학교 기숙사에서 2학년 학생이 자신의 훈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급생을 때려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구 사이의 말다툼을 중재하던 기숙사 자치위원이 사고를 쳤다고 한다. 기숙사에 사감과 부사감이 모두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일어난 사고는 학교 계단에서 1학년 동급생끼리 주먹다짐을 하다 사망사건으로 비화됐다. 교육현장의 사소한 알력을 방치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 사건이다.

학기 초는 개학에 따른 학생들 간의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는 시기다. 학교폭력의 대부분이 학기 초에 집중된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 측의 학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공동생활을 하는 기숙사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열흘 전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으로 학생 한 명이 희생됐는데도 기숙사에서 또 유사 사건이 재발한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경남교육청은 유가족과 도민들에게 사과한 뒤 학교장을 직위해제키로 했다지만 이렇게 어물쩍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교육당국의 대응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구의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비화된 게 2011년 말의 일이다. 이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종합대책을 내놨다. 오죽했으면 학교폭력을 입시와 연계하겠다며 생활기록부에 기재토록 했을까. 하지만 사정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당국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학교와 교사가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서야 한다. 20여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학교폭력의 고통스러운 교훈을 벌써 잊어서야 되겠는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