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삼성 직원의 가족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의 공식 사과와 제3의 중재기관을 통한 보상안 마련 등을 제안한 데 대해 화답한 것이라고 한다. 김준식 부사장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경영진이 공식 입장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 황유미씨 사망 사건 후 중요한 노동현안이자 사회이슈가 돼왔던 삼성 백혈병 피해자 문제에 대해 회사가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반도체 공장 근무 환경과 백혈병 발병의 인과관계를 부인하고 법률적 판단에 기대왔던 삼성의 태도 변화와 적극적 노력 없이는 조속한 문제 해결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는 160명이고 이 가운데 60명이 사망했다. 현재 10건의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소송 당사자 14명 중 7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 제안에 삼성전자가 직접 화답한 것은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2년 11월에도 피해자 측에 대화를 제의해 지난해 1월부터 반올림과 다섯 차례 실무협의, 12월에는 본협상을 시작한 바 있다. 하지만 피해자 위임장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제3의 중재기관을 통해서라도 조속한 문제 해결을 바라는 듯하다. 김 부사장도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장 표명을 계기로 반올림과의 대화도 재개되기를 기대한다.
반올림과 심 의원은 사과와 보상 외에 반도체 사업장의 종합 진단과 직업병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삼성전자에 요구했다. 정부에도 백혈병 등의 산업재해 인정 기준 완화를 주문했다. 정부와 기업, 정치권 모두가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삼성전자의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에 대한 입장 발표가 나아가서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의 시작이 됐으면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