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은 종종 우리 사회가 가진 자에게 지나치게 삐딱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인식이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얼마 전 실적이 나빠도 고액연봉을 받아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든 재벌들이다. 이번에는 한 해 벌어들인 돈의 13배나 되는 돈을 배당으로 챙긴 재벌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경영자가 아니라 수탈자라 불러야 할 판이다. 한국 사회에서 건강한 기업 생태계 구축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보도에 따르면 부영그룹 계열 비상장사인 광영토건은 이중근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에게 100억원을 배당했다. 광영토건은 지난해 순익 7억7000만원으로 당기순익 대비 현금 배당 성향은 1300%다. 한국 상장사의 배당 성향은 통상 20%이다. 이 회장은 또 다른 비상장 계열사인 대화도시가스(104억원), 동광주택산업(84억원) 등에서 총 272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부영은 지주회사격인 (주)부영을 중심으로 계열사 16개가 모두 비상장사로 총수 일가가 지분의 대부분을 갖고 있으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해왔다. 오리온 계열 아이팩은 담철곤 회장에게 순익의 6배인 150억원을 배당했다. 한국야쿠르트 계열 팔도와 현대그룹 계열 현대유엔아이는 순손실에도 총수 일가에게 각각 31억원과 12억원을 배당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대림 이해욱 부회장, 현대차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도 비상장 계열사로부터 수십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정몽구 회장과 사돈관계인 삼표 정도원 회장, 삼우 신용인 대표는 각각 37억원과 34억원을 챙겼다. 이들 회사는 현대차와 관계를 맺은 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했다. 비상장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곳간 노릇을 해온 게 재삼 확인된 셈이다.
기업들은 배당이 기업의 고유권리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적절한 배당은 주주 자본주의에서 절대 필요하다. 하지만 벌어들인 금액 이상 혹은 적자기업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는 것은 도덕적 해이 차원을 넘어 기업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행위다. 특히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상장사가 비상장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이익을 발생시킨 뒤 이를 사유화하는 것은 상장사 주주 피해와 직결되는 만큼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재벌들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기 위해 계열사 내 사업 재편 등을 통해 지분을 낮추는 꼼수를 쓰고 있다. 당장이라도 제대로 된 배당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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