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3일 일요일

조선_[사설] '징역 10년'으론 난폭한 어른들로부터 아이들 못 지킨다

대구지방법원은 11일 경북 칠곡에서 여덟 살 의붓딸을 짓밟고 때려 장(腸) 파열로 숨지게 한 계모 임모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날 울산지법도 여덟 살 의붓딸을 주먹과 발로 머리와 가슴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계모 박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박씨의 딸은 부검 결과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지거나 으깨져 장기를 손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법은 "아동 학대는 성장기 아동에게 정신적·신체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그 상처는 성장한 뒤 인격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울산지법도 "피고인은 훈육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스트레스와 울분을 풀기 위해 아이를 폭행했고 반성의 기미도 없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형은 10년, 15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상해치사죄의 형량(刑量)은 높아야 징역 8년이었다. 대법원의 상해치사죄 양형 기준도 최고 징역 10년이다. 법원은 이번 징역 10년과 15년은 이같은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선 부모가 자녀를 때리는 것을 양육(養育) 방법의 하나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왔다. 법원이 아동 학대 가해자에게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데는 이런 사회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동 학대를 보는 국민의 눈은 확 달라졌다. 어린아이를 무참하게 때려 죽게 한 칠곡과 울산 사건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그 잔혹성에 분노했다. 어린아이들이 겪었을 고통과 공포심에 모두가 치를 떨었다. 더구나 임씨는 다른 의붓딸인 피해자의 언니에게 동생을 죽였다고 허위 자백을 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많은 국민은 아동 학대 가해자에게 무거운 형이 내려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국민의 법 감정을 형량에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어른의 폭력에 저항할 힘도 없고 폭력을 줄이기 위해 협상할 능력도 없다. 어른의 폭력성은 해가 갈수록 난폭해지고 있고, 그때마다 아이들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그래서 1980년대 이후 아동 인권(人權) 보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금 미국·영국·독일에선 자녀를 때려 숨지게 하면 가해자가 죽일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해도 살인죄를 적용해 대부분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이제 우리 법원도 아동 인권에 대한 기본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우선 아동 학대죄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점점 흉악(凶惡)해지는 어른들로부터 연약한 아이들을 지킬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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