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 간부들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 검찰·경찰의 협력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해왔다. 대검은 "정보 공유가 100% 되고 있다"고까지 했다.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은 그런 말과 정반대다.
검찰이 유씨가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부근에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챈 건 송치재 인근 별장을 덮치기 사흘 전인 5월 22일이다. 그러나 경찰엔 그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별장 수색 당일인 5월 25일 검찰은 자기네 수사관 40여 명만 보냈다. 경찰은 그보다 몇 시간 앞서 검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전혀 모른 채 별장에서 2㎞ 떨어진 학구삼거리에 검문소를 설치했다.
송치재 별장을 덮친 검찰 수사관들은 유씨가 별장 2층 벽장 안에 숨은 걸 몰랐을 뿐 아니라 인근 구원파 연수원에서 자고 있던 유씨 운전기사도 놓쳤다. 만약 검찰이 경찰에 별장 주변 수색을 맡기기만 했어도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경찰 조직은 송치재 검거 작전에서 검찰에 따돌림당한 후 "우리가 검찰 하수인이냐"는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경찰이 6월 12일 발견된 변사체를 건성으로 조사하고 만 것엔 그런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검찰은 6월 26일 유씨 비서의 진술로 별장 벽장 속에서 8억3000만원과 16만달러를 찾아냈다. 검찰이 이런 정보를 경찰과 공유했더라면 경찰은 유씨가 돈도 못 챙길 정도로 허겁지겁 도망쳤다고 보고 인근 야산으로 수색 범위를 넓혀 시신이나마 좀 더 빨리 찾을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경찰 주장이다.
얼마 전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검사의 수뢰 의혹이 적힌 장부 내용을 숨기고 있다가 검찰이 그 사실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자 장부 내용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줬던 일이 있었다. 검찰과 경찰은 피의자 검거나 범죄 의혹 규명을 위해 협조하기보다는 서로 공(功)을 독차지하려고 상대방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거나 기회만 생기면 상대방 위신을 떨어뜨리려고 함정을 파놓는 관계가 돼 있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관여하는 사건에선 도무지 풀리는 일이 거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서로 골탕 먹이려고 잔머리 굴리는 검찰·경찰에 앞으로 무슨 일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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