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최근 참여연대가 공개를 청구한 2012년 '한·일 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한 외교 기밀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2012년 4월 대통령과 외교·국방장관에게 제출된 관련 보고서 일체, 협정 문안(文案) 협상 과정에서 작성된 내부 검토 의견서와 보고서 전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작성된 한·일 실무자 회의록 모두가 공개 대상이다. 법원은 또 2010년과 2012년 한·미 외교·국방장관의 '2+2 회담'에서 한·일과 한·미·일 군사 협력에 대해 논의한 회의록 전문(全文)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외교·군사 관계에 관한 사항은 특히 전문적 판단을 요하므로 이에 관해서는 외교부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협정 추진 배경에 미국의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 '밀실 협상 및 졸속 처리 의혹'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밀 문서들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정보공개법 9조는 '국방·통일·외교관계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는 2012년 이 조항에 근거해 참여연대의 정보 공개 청구를 거부했고 중앙행정심판위도 똑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행정법원이 시민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문서들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은 일반 행정 분야와는 완전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상대국이 있다는 점이다. 외교 교섭 과정에서 주고받은 내용을 곧바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 포기 선언'이나 다를 게 없다. 각국이 외교 기밀문서 공개는 30년이 지난 이후에나 하도록 하는 장치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이명박 정부가 중국의 급부상이라는 동북아 정세에서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했던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 일을 비밀리에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려 기습 처리하는 등 편법을 일삼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협정 체결은 서명 직전에 무산됐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이 과정을 알아보겠다는 이유만으로 불과 2~3년 전에 작성된 우리의 안보 전략을 담은 내부 보고서, 미국 외교·안보 장관과의 회담 내용까지 공개하라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외교·안보 사안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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