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1일 월요일

경향_[사설]기본적 의문도 해소 못한 검찰의 세월호 수사

검찰이 세월호 참사 100일(24일)을 앞두고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어제 대검찰청은 세월호 침몰 원인과 승객 구호의무 위반, 선박 안전관리와 감독 부실, 구조 과정의 위법행위, 선사 실소유주 일가 비리, 해운업계 비리 등 5개 분야를 수사해 331명을 입건하고 이 중 13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입건·구속자 수만 보면 꽤 많은 일을 한 듯 보인다. 하지만 35쪽에 이르는 보도자료를 읽어보면 허망하다. 새로 드러난 사실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지난 90여일간 검찰이 보여준 것은 총체적 무능과 무기력이었다.

검찰 수사의 최대 문제는 기본적 의문을 해소하는 데조차 실패했다는 점이다. 첫째, 왜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이 계속됐는지, 왜 끝까지 퇴선 명령이 없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선장을 살인죄로 기소하는 등 선박직 선원 15명 전원을 재판에 넘긴 것으로 자위할 일이 아니다. 둘째, 왜 해양경찰청이 사고 직후 곧바로 선내에 진입하지 않았는지 규명하지 못했다. 구조 지연을 생중계로 지켜본 온 국민이 분노하는 사안인데도 3개월이 넘도록 수사 성과가 없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셋째, 수사력을 총동원하다시피 했지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지 못했다. 역대 최대인 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임시 반상회를 열고, 군 병력까지 동원했는데도 실패했다. 그러곤 이제 와서 구속영장을 재발부받았다며 “반드시 검거할 것을 약속”한다니 후안무치하다.

참담한 검찰의 현주소는 어디서 비롯했는가. 수사의 원칙을 망각한 채 ‘윗분’ 심기만 살핀 데서 온 결과로 봐야 한다. 참사에 책임 있는 이들을 처벌하려면 진상부터 밝혀내는 게 순서다. 검찰은 그러나 진상 규명도 끝나기 전에 선장에게 적용할 법조문을 검토하느라 바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장의 행태를 두고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비판하자 이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유병언 수사 또한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유 전 회장 체포를 채근하자 동네방네 다 알리듯 압수수색을 TV로 생중계하는 ‘쇼’를 벌였다. 수사에 성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아직도 사랑하는 가족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진 못할망정 더 보태선 안된다. 검찰은 세월호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는 까닭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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