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5월 25일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순천 별장을 급습했을 때 유씨가 2층 벽 속에 숨어 있는 사실을 모르고 눈앞에서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가 은신했던 벽속 공간엔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 달러가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유씨의 여비서 신모씨(33)로부터 한 달여 지난 6월 26일에야 유씨를 벽 속에 숨겼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튿날 다시 별장과 구원파 수련원을 수색했으나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연인원 145만 명의 경찰과 군대까지 동원했는데도 흔적조차 찾지 못한 것은 유씨가 신출귀몰해서가 아니라 검경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검찰의 검거작전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지적할 수 없을 정도로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검찰은 별장 급습 당일 현지 지리에 밝은 순천경찰서에 전혀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별장 주변을 에워싸고 도주로를 차단했더라면 유씨를 충분히 검거할 수 있었다. 이튿날 경찰을 투입했지만 전남 경찰이 아니라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였다. 공조해도 시원찮은 판에 검찰이 현지 경찰을 믿지 않은 것이다.
검경은 현장 수색도 ‘처삼촌 묘 벌초하듯’ 건성건성 했다. 검찰이 별장을 급습한 이튿날인 5월 26일 전남지방경찰청에서 현장검색을 벌였지만 벽장 속 은신처를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은 또 유씨의 운전기사 양회정씨가 별장 인근 수련원에서 자고 있었는데도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수련원 앞에는 양씨의 EF쏘나타 차량도 주차돼 있었는데 내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별장과 수련원에 사람이 없는 것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철수했다.
이런 식이라면 70대 농부가 유씨의 시신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영구 미제로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검경의 수사 능력이 어떻게 이렇게 한심한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런 검경이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공직자들을 수사하고 있다. 과연 남을 수사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국민은 불신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건성건성 때우는 해이한 정신상태가 공권력의 밑바닥까지 만연해 있음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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