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3일 수요일

조선_[사설] 검·경, 이래도 아랫사람 책임만 물을 건가

검찰은 전남 순천의 별장을 지난 5월 25일 수색할 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별장 안 비밀 은신처에 숨어 있었는데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23일 밝혔다. 당시 유씨 여비서가 수사관들이 오는 걸 알고 유씨를 급히 비밀 은신처에 숨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씨가 별장에 있었다는 사실도 한 달 뒤인 6월 26일에야 이 여비서가 털어놓아 알았다고 했다. 검찰은 여비서 진술에 따라 별장을 다시 뒤져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달러가 든 여행용 가방을 찾아냈다. 검찰이 별장 압수수색을 처음부터 엉터리로 했음을 실토한 것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 사실을 숨겨오다 이제야 공개했다.

검찰·경찰은 유씨가 6월 12일 변사체로 발견된 상태였다는 사실도 모른 채 40일 넘게 그의 행적을 뒤쫓아왔다. 검·경 역사에서 다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다. 검찰·경찰이 이렇게 헛발질을 하고도 책임자급 간부 중 누구 하나 '내 잘못이니 책임지겠다'며 나서는 사람이 없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직후 유씨 측근들을 잇달아 구속하면서도 정작 핵심 인물인 유씨 소재 파악엔 소홀했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한 달 뒤인 5월 16일 유씨가 검찰 소환에 불응하자 그제야 유씨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이때 유씨가 이미 사고 일주일 뒤인 4월 23일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을 빠져나가 순천 별장으로 도피했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씨라는 사실이 확인된 후 검찰총장은 순천지청에 감찰반을 보내 감찰을 하도록 지시했다. 경찰도 순천경찰서장과 형사과장에 이어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 해제했다. 검·경 모두 아랫사람들 책임만 묻고 있다.

이 와중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경찰청장을 청와대로 불러 질책했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경찰청장을 직접 추궁한다고 해서 청와대에 쏟아질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세월호 침몰 직후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이 말이 논란을 빚자 결국 물러났다. 청와대는 그때도 세월호 책임에서 벗어나려고만 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관련 기관장을 문책하고 사표를 받는 것은 사고 수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관장을 문책함으로써 그 윗사람들은 책임 논란에서 피하는 행태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대형 참사(慘事) 앞에서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기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며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이 나라엔 공직자로서 양식(良識)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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