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취임 직후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의 하나로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內需) 활성화를 제시했다. 최 부총리는 "기업들이 지나치게 많은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며 "기업 소득이 가계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과도한 사내 유보에 대한 과세(課稅)와 임금·배당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 부총리가 밝힌 가계소득 증대 정책에 대해 대부분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에서 기업 이익은 크게 늘어도 가계소득은 별로 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 부총리의 지적은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사내 유보는 일반적으로 순이익에서 주주와 임직원에게 배당금과 이익분배금을 지급하고 남은 이익잉여금을 가리킨다. 기업이 이익잉여금으로 공장 짓고, 설비 늘리고, 연구개발 투자를 해도 회계장부상 사내 유보금은 한 푼도 줄어들지 않는다. 실제 상장회사 사내 유보의 80% 이상은 이미 공장·설비·재고(在庫)나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에 투자돼 있다. 결국 사내 유보에 대한 과세는 기업 투자에 대한 처벌이 될 수 있다.
배당과 임금 정책에서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은 배당수익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이 배당을 더 늘려야 한다. 그러나 배당금에서 외국인·기관·법인·대주주 몫을 빼면 일반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은 20% 정도다. 배당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임금도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해치지 않도록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 등으로 정책 목표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가계소득이 늘어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풀고, 서비스 산업을 혁신해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하는 근본 대책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우리 경제를 부진하게 만든 주범은 결코 아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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