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9일 일요일

중앙_[사설] 기업 구조조정,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 도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른바 구조조정 기피증이다. 부실 징후가 뚜렷해진 기업엔 낡은 피를 새 피로 갈아주듯 구조조정이 필수다. 하지만 채권단과 기업은 가능한 한 구조조정을 미루고 싶어 한다. 결과는 더 큰 부실이다. 미룰수록 부실은 커지고 국가 경제에 부담만 늘어나기 십상이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게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도 금융감독위원회를 사령탑으로 한 신속·과감한 구조조정 덕분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박근혜 정부 들어 STX·동양그룹 등 재계 서열 상위 그룹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지난 정권부터 부실징후가 뚜렷했지만 구조조정을 미룬 탓에 빚이 눈덩이처럼 커진 기업들이다. 그 바람에 부실을 대신 떠안은 산업은행이 지난해 13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은행들은 골병이 들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과 채권단, 재계는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동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부는 우왕좌왕하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재계는 산업은행이 ‘동부 패키지(동부인천스틸+동부발전당진)’ 매각만 고집한 탓이라며 비난하고, 채권단은 동부가 핵심 알짜 자산 매각을 미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동부뿐 아니다. 많은 기업에 부실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재무구조가 나빠 금융당국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꼽은 대기업 계열은 올 들어 한라·현대·한진중공업 등 9곳이 추가돼 14개로 늘었다. 삼성·현대차 빼고 온전한 그룹을 찾기 어려울 정도란 말까지 나온다. 기업 신용등급은 줄줄이 떨어지고 인수합병(M&A) 시장에는 매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기업 하나 파는 데도 이견이 많아 지지부진하다. 재무구조 개선도 이렇게 어려우니 조선·철강 등 과잉 투자 업종의 산업 구조조정 등은 엄두도 못 낸다. 신속·과감한 구조조정만이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줄이고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그 일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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