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새벽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사거리 500㎞의 탄도 미사일 두 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벌써 네 번째다. 북한은 26일엔 신형 300㎜ 방사포(다연장로켓)로 추정되는 발사체 세 발을 동해로 쏘아올렸다. 이 발사체 사거리는 190여㎞로 기존 300㎜ 방사포(150∼160㎞)보다 30㎞ 이상 길었다. 북한 관영 매체는 이 발사체를 새로 개발한 전술유도탄이라고 소개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시험발사를 지켜보았다고 전했다.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유도탄이라고 한 만큼 발사체가 러시아제 위성 위치정보시스템(글로나스)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
스커드 미사일과 방사포는 우리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다. 생화학 무기가 탑재 가능한 스커드 계열로는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신형 방사포는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사정권에 넣는다. 현재로선 요격할 방법이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 혼란이 이어지고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의 새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와 더불어 재래식 무기 현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김정은은 16일 잠수함에 직접 올라 타 “적 함정의 허리를 분질러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제는 북한 해군의 선제 공격으로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한 제 2연평해전 12주년이었고,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날이기도 하다. 안보에 한 치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무력 시위를 재개한 시기도 주목거리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된 지난 2, 3월에 미사일과 방사포를 집중 발사했다. 그런 만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 달 3, 4일 방한을 앞두고 중국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진핑은 북한에 들르지 않고 한국을 찾는 첫 중국 최고지도자다. 북한은 무력 시위를 통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 메시지가 나오지 않도록 견제하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 문제나 재래식 차원에서의 추가 도발에 대해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때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성숙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1일의 북·일 외무 국장급 회담을 맞아 일본의 태도를 시험삼으려 했을 수도 있다. 이 회담에서 북한은 일본인 납치자 등 조사를 위해 설치하는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 문제를 일본에 설명하고,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 대북 제재 조치 일부를 해제할 예정이다.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엄중히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한·미·일 대북 안보 공조에 금이 가지 않는다. 탄도미사일은 일본에 직접적 위협이 아닌가. 정부는 북·일 협의,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하고 한반도 평화와 화해, 협력을 위한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기 바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