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는 기초 공천 폐지를 논의하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 “7일까지 답변을 달라”며 이후 중대 결심의 뜻을 비치고 있다. 기초 공천을 둘러싼 대립이 자칫 지방선거 국면을 파탄으로 내몰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현 여부를 떠나, 야당 일각에서 ‘지방선거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선거의 기본규칙마저 확정하지 못한 채 혼돈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탈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박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기초 공천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외면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의 거듭된 회동 제안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응답조차 없다. 오죽 답답했으면 제1야당 대표가 청와대 면회실로 찾아가 면담신청서까지 작성했을까 싶다. “선거에 대통령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변명은 가당치 않다. 박 대통령은 기초 공천 폐지에 관한 한 가장 책임 있는 당사자다. 그의 대선 공약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11월6일 ‘정치쇄신’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모두 바로잡겠다”면서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이 그 공약을 일방으로 파기하면서 작금의 기초 공천을 둘러싼 대립과 혼선이 초래됐다. 이대로라면 기초 단위 선거에서 여당은 공천을 하고, 야당은 무공천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구조가 빚어질 판이다. 그래서야 지방선거 자체가 제대로 치러질지 의문이다.
혼돈의 정리를 위해선 박 대통령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기어코 대선 공약을 뒤집고 정당공천을 유지하겠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그 이유와 경위를 밝히고 유권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거짓 공약으로 국민을 현혹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제1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수용해 기초 공천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터이다. 박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나와야, 야당도 기초 공천 문제를 어떻게든 결론짓고, 지방선거 국면이 정돈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끝내 침묵과 외면으로 야권의 분란을 즐기며,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만을 꾀한다면 파국을 자초하는 일이다. 비겁한 방법으로 설령 선거에서 이긴다고 한들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으며, 야당을 이토록 무시하며 궁지로 몰아넣고도 정상적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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