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소형 무인기는 조악한 정찰 장비인 것으로 밝혀졌다. 송수신을 할 수 없고 영상 정보도 구글 어스 등 상업적 영상 정보 업체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소형 무인기 자체가 군사적 위협 수단인 것도 아니다. 더구나 무인기 추락은 연료 부족·엔진 고장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미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대북 정찰 및 첩보 수집 장비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드러낸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대남 군사적 위협 능력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제한적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에 떠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그게 심각하고 다급한 군사적 위협인 양 과장하고 첨단 무기를 또 들여와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하다. 이런 문제일수록 정부는 신뢰감을 주면서 안정감 있게 대처해야 한다. 안보불안 심리에 편승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안보불안 심리를 오히려 부추기고 그 때문에 부적절한 대응을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특히 다른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 박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과 특히 휴전선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면서 “방공망 및 지상 정찰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라면 불안을 조장하는 쪽보다는 객관적 상황을 알리고 안심시키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이런 접근 태도 때문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안보상황의 엄중함과 심각성” 등의 과장된 표현을 했고, 그 때문에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언론도 청와대를 찍은 사진이 평양으로 전송됐다거나 무인기에 폭탄을 장착해 터뜨릴 수 있다며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정보로 곧 하늘에서 폭탄 세례가 가해질 것처럼 무책임한 선동적 보도를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부추김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방부는 어제 불안감을 해소한다며 북한과 비교할 수 없는 첨단 무인 정찰기를 공개했다.
이런 정찰 수단의 공개는 ‘남과 북 모두 서로에 대해 정찰 활동을 한다. 따라서 정찰 자체를 두고 서로 시비할 것 없다’는 논리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북한이 국제법과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물론 국방부는 북한 영공에서 정찰했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활동은 상호주의로 상쇄될 수 있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 게다가 군사 비밀 공개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그렇게 했다.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자세를 견지했으면 할 필요도 없었던 일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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