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보도를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를 상대로 서면조사를 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소환조사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청와대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는 파장 분위기다. 형식적인 서면조사로 갈음한 뒤 면죄부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청와대의 범죄행위를 확인하고도 이대로 덮고 갈 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고도 검찰이 최고 사정기관임을 자처할 수 있겠나.
청와대 관계자를 상대로 한 서면조사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경찰 지구대를 찾아가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과 모친 임모씨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채모군의 출입국 기록을 들춰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서면조사서를 통해 “민정수석실 고유의 정당한 업무였다”는 점을 강변했다고 한다. 익히 예상된 ‘뻔한 질문에 뻔한 답’이다. 형식만 갖췄을 뿐 수사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청와대 앞에만 서면 꼬리를 내리는 검찰의 초라한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 검찰은 핵심 인물인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서울시내 한 호텔에 불러 조사한 뒤 면죄부를 줬다. 부실 수사 논란 끝에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최 전 행정관과 이용호 전 비서관을 뒤늦게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도 청와대 눈치만 살피다 결국 재수사로 망신을 자초하지 않았던가. 이런 부실수사 관행을 언제까지 되풀이할지 걱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범죄행위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민정수석실은 물론 고용복지·교육문화·총무비서관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속속 드러난 터다. 청와대가 “혼외아들 보도 이전에 어떤 확인작업도 벌인 적이 없다”며 거짓말을 한 사실도 들통 났다. 이런데도 “청와대 고유 업무”라는 말 한마디에 그냥 뭉갤 셈인가. 거듭 말하지만 이번 수사는 검찰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청와대의 변명에 놀아날 게 아니라 범죄행위를 뒷받침할 증거를 통해 성역 없는 수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검찰이 바라는 국민의 검찰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번 수사가 그 초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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