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8일 화요일

중앙_[사설] '지방선거 무공천'에서 후퇴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공동대표가 어제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하겠다. 국민을 믿고 국민의 바다로 나가겠다”며 무공천 소신을 피력하던 그가 하루 만에 “국민 여론조사와 전 당원 투표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사람 모두 국회의원의 특권을 삭감하고 지방자치를 중앙당의 예속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며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분야의 핵심 공약이었다. 이제 안 대표는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을 거짓말 정치인이라고 비난할 수 없게 됐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두 사람은 오십보백보이기 때문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안철수 새 정치의 상징이었고 민주당과 합당할 때 내건 가장 큰 명분이었기에 그의 후퇴는 또다시 ‘철수(撤收) 정치’ 논란을 낳고 있다.

 정치인 안철수의 자질 문제와 별도로 지방선거 정국이 무공천을 관철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현실론도 외면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대선 공약을 못 지키겠다고 나자빠졌고 이미 3000여 명에 이르는 기초단체 선출직 후보에 대한 공천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만 무공천 당론을 밀고 나갈 경우 야권 성향 후보자들이 난립하거나 야권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어 선거 패배가 자명하다는 주장이 당내 비주류 그룹에서 확산됐다. 안 대표가 자칫 선거 패배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고 호랑이를 잡긴커녕 잡아먹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정치 현실이 전개됐던 것이다. 무엇보다 하나의 운동장에서 두 개의 규칙이 작동하는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 유례없는 선거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여야가 동시에 실시하고 여러 차례 반복하면 한국 정치 시스템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이상적인 제도다. 눈앞의 승리가 더 급한 한국의 정당 문화, 혼란을 피하고 싶어 하는 유권자 현실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여야가 지방자치를 무슨 중앙당·국회의원 정치의 하수인쯤으로 여겨온 것에 일말의 반성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기초선거 무공천을 위한 입법 논의에 들어가 다음 선거에 적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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