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8일 화요일

조선_[사설] 정부·국회, 景氣부터 살려놓은 다음에 뭘 하든 하라

올 들어 회복의 새싹이 피어나던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마지막 주에 15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달 첫째 주까지 2주 연속 하락했다. 소비(消費)도 기대만큼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소매 판매는 1월엔 설 명절 효과로 반짝 증가하다가 2월에는 3.2% 감소했다. 3월에는 백화점 매출이 0.1% 늘어나는 데 그쳤고 할인점 매출은 3.8% 줄었다. 설비투자는 1~2월 두 달 연속 감소해 기업들이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유일하게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게 수출이다. 지난달 수출액은 497억6000만달러로 사상 두 번째로 많았다. 스마트폰·반도체·자동차 같은 대기업들의 주력 상품들이 아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일자리는 1월 71만명, 2월 84만명씩 늘어나 언뜻 보면 훈풍이 부는 듯하다. 그러나 청년층 일자리가 늘기보다는 50대(代)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을 늦추거나 재취업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일자리 시장에서는 오히려 불길한 소식이 확산되고 있다. KT가 8일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직장을 떠날 사람이 수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은행·증권업계에서 불던 정리 해고 바람이 이제 대기업으로 번질 기세다.

이처럼 경기는 봄기운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국회는 기업들에 부담을 안기는 법안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은 작년 4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어 여야는 국회 환경노동위 소위에서 근로시간을 최대 주당(週當)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합의하고 오는 15일까지 법안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까지 기업 부담을 무겁게 만드는 조치가 한꺼번에 겹치고 있다.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다 보니 투자를 늘리기 힘들고, 결국 경기 회복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현오석 경제팀마저 지난 2월 월세 집주인에 대한 과세(課稅)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막 기지개를 켜던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월세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은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 후에 해도 될 일이었다.

지금 경기 회복의 온기(溫氣)를 살려내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2012년 이후 3년 연속 불황(不況)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1998년 외환 위기 때나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1~2년 내에 극복했고, 3년 이상의 장기 불황을 겪어본 적이 없다. 불황이 올 연말 이후 내년까지 지속되면 서민들이 느낄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규제를 풀어 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하지만 규제 개혁만으로 경기가 피어오를 수는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재정과 금융정책을 총점검해 경기 회복의 전기(轉機)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정부와 국회는 경기 회복의 싹을 짓밟는 일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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