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6일 일요일

경향_[사설]금융 공공기관의 열린채용 전 산업계로 확산돼야

산업은행·한국거래소를 비롯한 금융 공공기관은 내년부터 신입사원 채용 때 어학점수와 자격증 기재란을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취업준비생들의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가뜩이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취업준비생들이 불필요한 스펙을 쌓느라 이중고에 시달리는 점을 감안하면 반가운 일이다.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맞춰 채용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취업 준비생과 기업이 따로 노는 취업문화는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 요인이다. 금융 공기업의 열린채용이 다른 산업분야로 확산돼 창의적 인재 발굴과 청년층의 취업난 해소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열린채용을 하는 곳은 정부 산하 금융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합쳐 모두 19곳이다. 어학 성적과 자격증에 관계 없이 신입사원을 뽑는 방식이다. 어학 점수는 최저기준을 정해 채용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자격증 기재란을 없애는 대신 꼭 필요한 직종은 별도 채용을 통해 뽑는다. 너나없이 자격증 3종 세트(펀드투자·증권투자·파생상품투자 상담사)에 매달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금융 공기업은 연간 10만명 이상의 취업준비생이 몰릴 정도로 선호도가 높아 취업시장에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과도한 스펙 쌓기의 부작용은 한둘이 아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학벌·학점·토익과 어학연수·자격증도 모자라 공모전과 인턴 경력을 덧붙인 ‘7종 세트’가 유행이라니 스펙 망국론이 따로 없다. 평균 스펙 쌓는 데 등록금을 제외하고 1300만원의 사교육비가 든다는 통계도 있다. 전공 공부는 제쳐 둔 채 취업 준비를 위해 어학 성적을 올리는 데 2배나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대학교육이 왜 이 모양이냐”며 신입사원 교육에 또 엄청난 추가 비용을 들이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재 채용은 기업의 고유권한이지만 천편일률적인 지금의 채용방식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요 대기업의 경우 스펙을 초월한 수시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기업마다 오디션이나 길거리 캐스팅을 할 정도로 창의적 인재 채용에 골몰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도 무모한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채용시장 변화는 줄세우기식의 일그러진 공교육 시장 병폐를 바로잡는 첫단추가 될 수도 있다. 기업의 열린채용이 한국의 경쟁력은 물론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현장의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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