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어제 실시한 전 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에 따라 6·4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안철수 대표가 주도한 무공천 당론이 당원들에 의해 번복된 것이다. 이는 새누리당의 공약 파기에 의해 기초 공천 폐지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홀로 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임의로 무공천하는 것이 무리한 결정이었음을 야당 지지자와 당원이 확인시켜준 것이다. ‘약속을 지키는 새정치’의 상징으로 무공천을 내세우는 것이 정치적 실책이었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기도 하다.
안 대표는 이번 무공천 번복을 계기로 새정치의 방향과 내용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정당은 선거를 통해 공직 후보를 당선시킴으로써 시민을 대의해 통치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이다. 공천을 포기한다는 약속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에서 정당 간 경쟁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우선해야 할 가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야당에 요구되는 제1과제는 집권당을 견제하고 그 대안이 되라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 스스로 견제하기 어려운 선거를 한다는 것은 야당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실의 정치 지도자는 신념윤리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게 책임윤리를 섬겨야 한다. 집권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책임감만큼 야당에게 중요한 덕목은 없다. 안 대표는 자신의 신념을 시민들이 선택해줄 것으로 믿었지만, 당원들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더 의식했다. 안 대표도 “야당이 선거에 참패한다면 정부·여당 독주를 견제할 최소한의 힘조차 잃게 될 것이라고 (국민은) 걱정하셨다”면서 “그것이 정치개혁에 대한 제 생각과 엄중한 현실 사이의 간극이었다”고 인정했다. ‘안철수의 실험’이 왜 실패했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안철수 실험의 실패는 무엇보다 그의 새정치가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의 새정치는 정당의 역할, 의회의 활동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둔 반정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이번 무공천 갈등과 번복이 야당 지도자의 책임성에 맞게 새정치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심사숙고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당내 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이제는 선거 체제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민생중심을 제시한 만큼 선거 의제를 그런 방향으로 잡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당 대 당의 당당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하루빨리 제1야당다운 모습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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