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6일 일요일

경향_[사설]주목할 만한 한국지엠 노사의 임금체계 개편

한국지엠 노사가 사무직 노동자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의 연봉제에서 근속연수 중심의 연공급제로 바꾸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2003년 서구식 연봉제를 전면 도입한 지 11년 만에 큰 틀에서 과거의 호봉제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새 임금체계는 이달 중순 조합원 총회를 거쳐 무난히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의 새 임금체계 내용과 노사 합의 과정은 비슷한 문제로 갈등을 겪는 노사는 물론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 방향이나 노동정책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사측이 강하게 밀어붙였던 성과 중심 연봉제를 폐기한 배경이다. 생산성과 성과에 연동된 임금체계가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현실에서 적잖은 폐해를 낳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개인 간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고 협력적 조직문화를 파괴하며 구성원 사이의 불신을 조장하고 회사의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낳는 등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반대하고 노동자의 불만이 쌓여가자 사측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노사 합의 과정도 눈길을 끈다. 한국지엠 노사는 조합원의 80% 이상이 성과 중심 연봉제를 불신한다는 지난해 6월 노사 합동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30여차례 협의한 끝에 이번 합의에 이르렀다고 한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는 사측의 자세는 평가할 만하다. 그 결과 연봉제를 없애고 연공급제로 전환하되 각종 수당은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함으로써 ‘성과에 의한 보상’이라는 원칙 자체를 저버리지 않은 ‘윈윈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한국지엠 노사의 이번 합의는 노·정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에서 연공급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직무·성과급을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사례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정책도 현장에서 정반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책의 실패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의 가장 중요한 현장은 다름 아닌 노동계다. 성공적인 임금체계 개편과 산업평화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한국지엠의 이번 노사합의에서 교훈과 영감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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